작금 미국과 유럽은 경제안보 강화를 통해 자국 첨단기술의 국외유출방지와 외국자본의 투자 및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외국인 투자규제체계는 핵심기술은 물론이고 핵심산업기반 및 개인의 민감정보에 이르기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경제안보체계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첨단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위해 작년 2월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서 경제안보 차원의 외국인 투자규제를 위한 심사대상과 내용이 적지 않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어떤 연유인가?
미국은 1988년에 제정된 엑슨 플로리오(Exon-Florio·EF)법에서 대통령에게 국가안보와 관련한 외국인 투자에 대한 투자조사, 투자철회결정 등의 각종 제약을 부여했다. 이어 2007년에는 외국인 투자와 국가안전에 관한 법(FINSA)을 도입해, EF법에다가 핵심기술 및 인프라 등에 대한 잠재적 영향, 심사중 또는 기완결된 투자에 대해서도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에는 외국인투자위험심사선진화법(FIRRMA)을 제정해 핵심기술, 핵심인프라, 개인정보사업과 관련된 외국인투자를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의대상에 포함했다.
유럽연합(EU)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본이동자유화 코드(code)에서 공공질서, 국민건강, 윤리안전, 안보, 세계평화 등과 관련 내·외국인 차별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EU회원 국가들은 자국 법령에 따라 외국인 투자심사를 하고 있다. 특히, EU차원의 포괄적인 외국인 투자심사체계와 투자심사관련 공조를 위해 2019년 3월에 외국인 직접투자심사체계 관련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당사국은 외국인 투자심사 시에 EU 회원국들에게 이를 통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투자심사여부와 무관하게 당사국은 EU집행위 및 여타 회원국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심사대상으로는 핵심기술, 핵심인프라, 핵심 생산요소의 공급, 민감 개인정보에의 접근 등이 적시되어 있다. 특이한 사항은 외국인 투자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미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도 투자 완료 시점으로부터 15개월 내에서는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투자철회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EU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외국인 투자제한에 대해서 일원화된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고 외국인투자촉진법, 산업기술보호법, 그리고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으로 분산되어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안보개념을 보면, 미국의 FIRRMA법에서는 핵심기술, 핵심인프라, 그리고 민감개인정보사업이 반영되어 있고, EU에서는 FIRRMA법의 심사대상에다 핵심생산요소의 공급을 추가해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안보개념은 이들 나라의 넓은 개념과 달리 아주 협의로 적용해 핵심기술만이 외국인 투자심사대상이다.
다행히도 2022년 2월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해 경제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국가첨단기술을 외국인투자로부터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현행 법률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데, 시급한 몇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안보 강화차원에서 우리도 외국인 투자심사대상에 핵심인프라 및 민감 개인정보도 함께 추가하는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현행 외국인투자법이 외국인의 투자를 장려하는 목적의 법이지만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유지에 지장이 있는 경우 외국인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제한 대상에 경제안보도 추가로 적시해 외국인투자제한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는 전략기술을 취급하는 전문인력의 지정이 가능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조속히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핵심기술의 보호조치로서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전문인력 지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전문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끝으로, 우리도 미국과 유럽과 같이 외국인 투자심사단계 중 투자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 내에서 소급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면 현재와 같이 투자진행 단계로만 외국인 투자심사를 제한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허점이나 부실심사로 인해 경제안보에 누수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상호주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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