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아이를 낳는다? 아니다. 말씀드리지 않았냐. 부모가 희생하고 아이를 안아야 하는데 희생이라는 건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아빠, 엄마가 (아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꿔 달라는 거다. 회사에서는 눈치 보이게 출근하라 하고 희생하라면서 임신 6개월만 되면 '뭐라 그랬어. 결혼하니까 뽑지 말랬잖아'라고 이야기하면 누가 아이를 갖겠냐."
5남매 '다둥이 아빠' 개그맨 정성호가 지난 3일 JTBC 뉴스룸 '뉴썰' 코너에 출연한 가운데 국가적 위기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에 관한 정부 대책을 비판하면서 한 발언이다. 정성호씨는 "많은 걸 가졌다고 아이를 낳는 건가. '정성호, 성대모사 하나 해서 돈 많이 버니까 애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돈 많이 버는) 기업 회장은 아이가 1000명, 1만명 있겠냐"라고 반문한 뒤 정부가 '다자녀'에 치중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데 대해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저출산 대책을 향한 정성호씨 비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공감했다. 지난 15년간 한국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 차원에서 280조원을 투입했음에도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였기 때문이다. 즉, 저출산 대책이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던 점을 정성호씨가 짚어내자 사람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심각하다. 이에 정부뿐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만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시민사회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최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 철폐, 여권 신장을 위해 출범한 우리나라 대표적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가 저출산 문제 극복 차원에서 접근한 방식은 '공동체'였다. 정성호씨 시선처럼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몫으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한 것이다.
메트로경제는 허명 여협 회장과 만나 또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저출산 문제 대응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 ▲여성 가족 분야의 평화·안보 의제 등 다양한 여성 운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은 '여성'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5월 기준 남녀 성비(총인구 기준 여자 100명당 남자의 인구)는 99.3이다. 남성은 올해 5월 기준 2561만2361명으로, 한국 인구 구조에서 절반 이상은 여성(2578만8160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은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인 경향이 여전히 있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리서치가 올해 2월 24∼2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성별이 살기에 더 좋은 환경인 것 같나'며 물어본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남성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응답은 36%였다. 뒤이어 '성별 간 차이가 없다'(35%),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29%) 순이었다.
한국 사회가 특정 성별에 편향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론조사이지만, 성별 간 인식차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여성 2명 중 1명(50%)은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인식해서다. '성별 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을 여성(31%)보다 남성(39%)이 많이 한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여협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일 발표한 '2023 양성평등 인식 조사' 결과 역시 다르지 않다.
서울 거주 성인 남녀 155명(온라인 패널 100명, 협의회 진행 55명)에게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물어본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7.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여협 홈페이지 참조)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이 63.9%로 조사됐다. '남여가 평등하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18.1%로 같았다.
여협은 이 같은 문제 해결 차원에서 정책 연구와 역량 강화, 네트워크 및 협력(국제 포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 '여성가족 분야의 평화·안보 의제' 등 사회적 이슈와 가족 정책을 이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허 회장은 이 같은 여성 운동에 대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며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과 사회, 국가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마주할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추구하는 것을 통찰력 있게 분석해 실질적 제도화로 이끌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며, 더 넓어지고 변화하는 세계관을 이해하고 수용하되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여성 운동이 나아가야 할 비전도 제시했다.
◆저출산, 모든 세대의 문제
허명 회장이 2021년 취임한 이후 여협은 '저출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저출산이 보건의료 사안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 문제로 커지면서다. 여성 중심의 정부 정책이 나오는 구조상 시대 흐름에 맞춰 여협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저출산을 단지 '여성' 또는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 개선도 포함된다.
허 회장은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여성·부부, 특히 신혼부부·맞벌이 가정 등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이러한 접근과 결별하고 '모든 세대의 문제'로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에 저출산 극복 국가로 정평이 난 독일·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 관계자까지 초청해 올해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대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안드레아 슈나이더 주한독일대사관 참사관, 세자르 카스텔랭 주한프랑스대사관 정책참사관 등은 자국의 가족 정책을 공유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로 발표되면서 초저출산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수준인 '2.1' 아래로 떨어진 후 계속 하락하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저출산 관련 대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20년 또는 30년 이후 미래의 우리나라 모습은 매우 어두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현상으로 저출산을 보는 것은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독일에서 자리매김한 '가족친화형 사회적 프로세스'에 주목한 대안 제시를 예고했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허 회장은 "독일 역시 무수히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며 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그러던 중 '가족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이 저출산을 극복할 '핵심 키'였음을 인지했고, 가족정책 아젠다를 공동체 중심으로 설정해 문제를 타개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허 회장은 독일 유학 시절 쌓은 네트워크와 함께 귀국 후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여러 정부 기관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며 만든 대(對)유럽과 대(對)정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출산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 관련 정책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허 회장은 지난 4월 토론회에서 제시한 내용으로 만든 '저출산 정책 제안서'를 지난 5월 19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최근에는 조정훈 시대전환 당 대표와 만나 저출산 정책 관련 면담도 했다. 여협은 추후 관계부처에 저출산 정책 의제도 전달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여협은 우리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역량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여협의 활동을 응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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