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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38)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천년고찰 '봉은사'

봉은사 영산전 내부/ 김현정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는 12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이다. 연회국사는 794년에 '견성사'를 창건했다. 이후 1498년(연산군 4) 성종의 능을 지키기 위해 선릉 곁에 있던 견성사를 고쳐 짓고 '봉은사'로 이름을 바꿨다.

 

봉은사는 1562년(명종 17)에 선릉을 이장할 때 지금의 자리인 수도산 아래로 옮겨졌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소실된 후 여러 차례 왕실의 지원을 받아 고쳐 지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사찰

 

봉은사 경내./ 김현정 기자

지난 19일 오후 봉은사를 방문했다. 절은 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 4번 출구에서 코엑스 방향으로 366m(약 5분 소요)를 걸으면 나온다. 기둥이 한 줄로 된 '일주문'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았다. 사찰의 첫 관문인 일주문은 양평 사나사, 오봉산 석굴암을 거쳐 2020년 5월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일주문을 지나면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법과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을 볼 수 있다. 넷 다 사백안에 웃는 듯 무표정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물은 전부 달랐다. 남방증장천왕은 검을, 서방광목천왕은 용과 여의주를, 동방지국천왕은 비파를, 북방다문천왕은 창과 불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사천왕상의 발밑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가 꽂힌 장미, 국화 등 조화 화분이 놓였다. 손바닥만 한 하얀색 종이에는 '몸에 불편 없이 항상 건강하고 학업 진취하는 것을 발원합니다!', '건강성취·사업번창·만사형통 발원', '엄마 많이 보고 싶어요. 극락왕생 기원합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주석중 교수님 극락왕생. 편히 쉬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불자들이 봉은사 법왕루에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김현정 기자

사람들이 사천왕상에 빈 소원들을 살펴본 후 법왕루로 향했다. 진리의 왕,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어서 법왕루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시예불을 올리고 대중법회가 열리는 법왕루에는 현재 3300분의 관세음보살 원불이 모셔져 있다.

 

스님은 목탁을 치며 불경을 외웠고, 불자들은 부처님을 향해 쉼 없이 절을 올렸다. 선풍기는 '웨에엥' 소리를 내며 열심히 제 몫을 다 했지만, 날이 더워서인지 사람들의 얼굴과 목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19일 오후 시민들이 봉은사에서 향공양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법왕루 맞은편에는 봉은사의 중심전각 '대웅전'이 자리했다. 대웅전과 법왕루 사이에는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의 무구정광대다라니 연등이 빼곡히 달려 있었다. 시민들은 대웅전 앞 삼층석탑에서 정성스럽게 향공양을 올렸다. 향로에는 "화공약품이 많이 첨가된 향을 여러 개 피우면 불단에 계신 불보살님들의 코와 눈이 따가울 것이다"면서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지나치면 도리어 해가 되므로 향은 꼭 한 개만 피워달라"는 당부의 말이 붙어 있었다.

 

◆불심으로 대동단결

 

이달 19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봉은사에서 돌탑을 쌓고 있다./ 김현정 기자

대웅전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선불당, 지장전, 영산전, 북극보전, 영각, 미륵대불, 판전, 다래헌, 종루, 연회다원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선불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곳'이다. 일초 태욱스님이 1941년 중창한 것으로, 특이한 지붕 구조를 갖춘 사찰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선불당은 추녀가 짧은 팔작지붕의 양 끝에 박공 형태의 장식지붕을 가설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한국 전통건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지붕 구성을 통해 선불당이 1941년 10월에 새롭게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설명했다.

 

지장전의 주불은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살아생전 악행으로 죽은 뒤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제한 후 "지옥중생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구해내겠다"는 서원을 세운 '원력의 보살'이다. 오늘날 지장전은 이승을 떠난 가족의 위패를 모시고 죽은 이의 넋이 극락정토에 편히 갈 수 있도록 염원하는 기도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봉은사에서 미륵대불을 감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봉은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륵대불이다. 이는 1986년 영암큰스님이 남북통일을 발원해 봉은사 사부대중 1만명이 동참, 10년 만에 이룬 대작불사다. 높이 23m의 거대 불상 앞에는 미륵광장이 마련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부처님의 수인을 따라 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봉은사는 불교가 탄압받던 조선 시대에 보우스님의 원력(목적 성취를 위한 결의)으로 승과고시(승려자격시험 제도)를 치렀고, 서산·사명대사 등의 위대한 스님을 배출해 위기에 놓인 민족과 나라를 구했다. 한국 불교의 중흥을 이끈 사찰인 봉은사의 신도 수는 현재 약 25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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