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킬러문항이 뭐예요?" '대통령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올해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묻는다. "글쎄, 어려운 문제를 말하는거겠지..." 대답을 해놓고도 무언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빠는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를 낸다는 얘기"라고 했다.
킬러문항의 뜻을 챗GPT에 물었다. 쭈욱 나온 답변 중에 '의도적으로 어려운 질문이나 도전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지원자의 대응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리더십 능력 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킬러문항에 대해 응시자 중 한 자릿 수 이하 비율만 정답을 맞추는 초고난도 문항으로 알려져 있다. 고득점자들간 변별을 위해 출제하는 문항으로 볼 수 있지만, 명확한 정의는 없다. 교육부가 26일 공개한 킬러문항을 봐도 그렇다. 정답률이 최하 2.9%부터 최고 36.8%인 문항도 킬러문항이다. 일부 문항은 수능 출제기관이 시험 당일 'EBS 교재와 연계한문항'이라고 밝힌 것도 포함된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내년 수능을 약 150일을 앞두고, 대통령이 '공정수능' 화두를 던지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능의 예고편이라고 할만한 6월 모의평가를 이미 치른 뒤여서 더 그랬을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에 술렁이던 이들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보완 설명에도 어리둥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공정수능이 쉽거나 어려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 다루는 내용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고, 적정 난이도로 출제해 변별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해서다.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대통령의 발언 전과 후, 수능이 어떤 차이를 보일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년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 내 출제'를 강조해왔고, '학교 수업에만 열심히 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식의 거의 판에 박힌 얘기를 해왔다. 이제 와서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이 뜬금없다고 받아들일만 하다.
결론은, 올해 9월 모의평가나 2024학년도 수능의 난이도는 지금까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수능 점수가 대부분 상대평가임을 감안할때, 최상위 수험생간 변별력을 무력화한다면, 대학 입시에서 대 혼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수능 출제기관의 실패다. 교육부가 서둘러 변별력 있게 출제하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교육 카르텔이 있다면 그걸 막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공정수능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련의 프로세스는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학원을 사교육 카르텔로 낙인찍은 것도 넌센스다. 학교 교육에서 미흡한 부분을 학원에서 보강하는 현실을 보면, 사교육을 아예 금지하지 않는 이상, 공교육과 사교육은 함께 가야할 상호보완이나 선의의 공생 관계다.
앞으로 당분간 학원가에선 수험생들에게 '킬러문항'을 언급하지 않을지 모른다. 대신 변별력 있는 고난도 문항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수험생들을 코치하며 학원비를 받을 것이다. 방과후 보충지도 확대 등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지만, 갈 길이 먼 얘기들 뿐이다. 애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혼란을 겪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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