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8차회의서 격화한 노사 공방
세종청사 회의 도중 근로자위원 전원 퇴장
"임면권자 윤 대통령이 근로자위원 해촉 재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이 최근 부결된 가운데 27일 노사는 내년도분 최저임금 인상 여부·인상폭 등에 대한 모두발언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개최된 8차 협상에서 양측 모두발언이 끝난 뒤 근로자 측 위원 8명은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한다며 세부 논의 시작 전 항의·퇴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날 오후 열렸다. 근로자 측은 대기업은 돈이 남아도는 데 반해 노동자와 서민은 불어난 빚에 허덕인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사용자 측은 G7 국가와의 비교치를 제시하는 등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맞섰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근로자위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25일 경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며 동결을 시사했다"며 "근거자료라고 분석한 내용은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100대 기업 사내유보금이 2012년 630조 원에서 2021년 1025조 원으로 395조 원 증가했다"고 운을 뗀 뒤 "벌어들인 돈을 투자나 임금 등으로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부채 잔액이 1900조 원에 달했다며 "말 그대로 재벌은 돈잔치, 노동자·서민들은 빚잔치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재벌과 부자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반면 노동자는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사용자위원)는 최저임금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적정수준은 중위소득(전체근로자 임금소득 순위 중 중간값)의 60%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최저임금은 지속된 고율 인상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19년부터 60%를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중위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미국·일본·독일 등 G7 국가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했다.
또 "특히 숙박·음식업은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90.4%에 달했다"며 "숙박·음식업처럼 (사용자가) 힘든 업종을 중심으로 내년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근로자위원)은 "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에 의해 구속된 김준영 근로자위원에 대해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사상 초유의 강제 해촉을 제청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또 "임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해 김 위원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자격을 강제 해촉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외부적 요인에도 지켜져야 할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도 이제 무너졌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사용자위원)은 "은퇴한 고령자나 저소득 청년층 구직자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라도 근로를 제공하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율 인상의 경우, 신규채용 기피 요인으로 작용해 이들의 임금소득 창출 기회를 제약할 것이라는 게 이 본부장의 견해다.
한편 이날 근로자 위원들은 양측의 모두발언 직후 "정부 탄압이 난무하고 있다"며 고용부 내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정부의 김준영 근로자위원 해촉에 따른 항의 표시다.
한국노총의 류 사무총장은 "얼마 남지 않은 법정 심의기한(29일) 내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박 부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과연 제대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는지" 의문이라며 "형식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이 돼야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용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분과 같은 9620원(시급 기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근로자 측은 26.9% 인상, 1만221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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