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이 높다. 그래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크고, 평범한 사람의 일생에 부동산 거래의 기회도 많지 않다. 그 몇 번 안되는 기회에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즉, 부동산 특유의 이질성과 정보의 불균형으로 각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거나 예측하기가 어렵고, 가격과 가치의 괴리도 늘 발생한다.
결국 부동산 거래는 그 안정성을 위해 크든 작든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다른 어떤 재화의 시장에서도 드물 정도로 거래신고, 허가제도, 가격지표 등을 공개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보완한다. 그 거래 동향을 집계하고 발표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해석의 방향은 전문성의 차이도 있지만 저마다의 이해관계 따라서 다르기도 하다.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것을 소유할 때 지불하는 교환(매매)가치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것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사용가치(전세금)이다. 사용가치는 부동산 시장의 여러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수요 공급 원칙에 충실하다. 즉, 전세금은 집값에 비해 왜곡이 덜하고, 급락이나 급등 후에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짧다.
한 차례 하락기를 겪은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주춤거리고 있다. 지금이 지하실인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참인지는 저마다 의견이 갈린다. 한국 부동산원을 비롯한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지금은 여전히 매수·매도의 희망가격차가 유지되고, 매매가격이 지역, 단지별로 혼조세이다.
이를 두고 집값 바닥론이 나오기도 한다. 해석의 근거는 이렇다. 가령 6월 중순 강남 개포동, 대치 2단지 등이 500만~2000만원 올랐다는 식이다. 특정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올랐다거나 미분양이 감소했다는 것도 근거로 든다. 그 예측도, 근거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예측보다는 예측이 실현되는 시기가 중요하다. 가령 지금이 집값의 바닥이라 하더라도 향후 1~2년 기간 중의 바닥이라면 그 예측은 쓸모가 없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계 대출 차주 수는 약 1977만명이고 대출 잔액은 총 1845조원이다. 그 중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케이스가 약 300만명이다. DSR는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즉, 300만명의 인구는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은행에 갖다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300만 명의 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 대출의 40%이상을 차지한다. 1인당 평균 2억~3억원 정도이고 대부분 주택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고도성장시대였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담보가치가 올라주겠지만 지금의 성장국면은 다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 미래의 예측과 당장 내년을 예측하는 것은 어느 쪽이 어려울까. 기술의 발전이 날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는건 생산의 3요소인 토지·자본·노동력 중에서 토지와 노동력의 비중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미 공개된 거시적인 지표들, 산업동력들만 종합해 보더라도 먼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큰 곡선을 돋보기로 확대하면 작은 등락의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질감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것은 어렵다. 그 근거는 대부분 큰 국면에서의 수요 공급이 아닌 당장 지난 주의 국지적인 현상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짧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멈추지 못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당장 내일의 일을 더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본질은 왜곡이다. 어느 시기이든 지역이든 시장은 조금씩 왜곡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는 부동산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막연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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