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캔 와인 한 남성이 이제야 겨우 발견했다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와인 오프너를 빌리기 위해서다. 돗자리를 깔자마자 와인병부터 꺼내 코르크 마개를 빼내는 것을 봤나보다.
올해 이른 여름 휴가로 유럽에 갔을 때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아래 넓게 펼쳐진 풀밭 위에 많고 많은 이들이 피크닉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지만 와인오프너를 찾긴 힘들었다. 간편하게 돌려따면 되는 스크류캡 와인을 준비해 오던지 아니면 노점 행상으로부터 아이스박스 얼음물에 담긴 캔와인이나 맥주를 사먹었다. 와인종주국이라는 프랑스도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었다. 묵직한 와인병에 와인 오프너를 돌돌 밀어넣고 있자니 구석기 유물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몇 년 전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으로 보였던 캔 와인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니 기존의 편리함에 다양함과 퀄리티까지 더해졌다.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캔 와인의 매출은 지난 2021년 2억3570만 달러다.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캔 와인 매출은 오는 2028년 5억7000만 달러 안팎까지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캔 와인의 절대적인 매력은 간편함이다. 작은 크기에 캔의 가벼움을 이길 수 있는 소재는 별로 없다. 특히 피크닉이나 캠핑에서 즐기자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도 있다.
용량도 300㎖ 안팎으로 부담도 없다. 와인오프너를 챙길 필요도 없고, 와인잔에 마실 상황이 안되면 그냥 캔채로 마셔도 상관없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용기만 바꿨는데 같은 품질의 와인을 보통은 절반 가격, 싸게는 3분의 1 가격에도 살 수 있다.
와인 산업 역시 전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유리가격은 두 배로 뛰었고, 그마저도 조달하지 못해 수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환경적으로도 유리하다.
와인 산업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의 40%는 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모든 병의 약 30%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캔은 최대 70%는 재활용된 것으로 만들며, 가벼우니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
많은 이점에도 캔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 망설이게 하는 것은 품질이 낮을 것이란 편견이다.
와인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WS)가 60여종의 캔 와인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더니 절반 가량이 100점 만점에서 85~89점을 받았다. 기존 병 와인에 뒤지지 않는 좋은 점수다. 가격대로 보면 캔당 가격이 10달러 이상인 와인은 평균 86.25점, 10달러 미만은 평균 84점이었다. 가장 높은 90점을 받은 화이트 와인은 375㎖짜리 한 캔에 11달러에 불과했다.
병에 넣을 와인을 용기만 유리에서 캔으로 바꾼 곳도 많으며, 캔 전용 와인도 품질을 높이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다니며 대표 품종으로 캔 와인을 선보이는 곳도 생겨났다. 아처 루스는 캔 와인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이탈리아 베네코, 로제 와인은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 말벡 와인은 아르헨티나 멘도자에서 생산한다.
맥주로 생각해보자. 놀러갈 때 페트병이나 캔맥주를 준비하지 병맥주를 바리바리 싸가지 않다. 와인도 그런 시절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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