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모나리자 초상화의 인기 비결을 챗GPT는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같은 미소'에서 찾는다. 웃는 모습인지 아니면 슬프고 애잔한 모습인지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1일 블로그를 통해 한국 경제의 현 위치를 설명하며 '모나리자 효과'를 인용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높은 금리 수준에도 소비와 고용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에서 체감경기는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 역시 공존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면 경제가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헷갈릴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7월 세계경제 전망 업데이트를 발표하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발표 당시 1.5%에서 1.4%로 떨어뜨렸다.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2%)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월 2.9%로 예측한 이후 2.1%→2.0%→1.7%→1.5%→1.4%로 5차례 연속 내렸다.
반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팬데믹 이후 주요국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2.8%에서 3.0%로 0.2%포인트(p) 올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소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고, 은행 위기 등 불안 요인이 줄었다는 것이다. IMF 측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은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고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19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치 1.5%를 석 달 만에 낮춘 것으로, 중국(5.0%) 홍콩(4.7%) 대만(1.5%) 등 아시아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한국 경제는 그간 의존해 온 중국과 반도체라는 양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며 나홀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같은 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제가 올해 1, 2분기 모두 플러스를 지켜낸 건 다행이다. 자동차 산업 호황과 반도체 경기 회복 덕분에 경기 부진 흐름이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성장'이란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은은 2023년 경제를 '상저하고'로 보고 있는데 사실상 '상극저-하저'로 표현하는 게 적합할지 모른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한은이 예상한 것처럼 하반기 민간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반도체가 기력을 찾으면 수출 전선도 보다 탄탄해질 것이다. 이건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우선 중국 경제가 부진하다. 봉쇄는 풀었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았고 중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 수출이 회복하려면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감도 여전하다. 새마을금고 인출 사태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최고 5.5%로 뛰어 올랐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도 최대 2%p까지 벌어지게 됐다.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기 회복 기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내수 소비와 투자, 수출을 살려낼 수 있는 비상한 각오와 대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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