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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승호의 시선] 책임없는 죽음

물이 빠르게 밀려왔다. 무릎에서 허리까지 차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자동차들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이쪽 저쪽에서 사람들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떠오른 차위로 올라가 구조요청을 했다.

 

물은 천장 근처까지 올라왔다. 숨쉴 공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몇몇은 철제구조물을 잡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스스로 목숨을 구해야했다.

 

3명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같이 탈출을 시도하던 1명은 결국 빠져나오질 못했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벌어진 장면을 담은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한 생존자가 언론에 공개했다.

 

이 지하차도에선 이날 침수로 14명이 죽고 10명이 다쳤다.

 

삶을 위해 지나다니던 '생존의 길'은 이날 '죽음의 길'이 됐다.

 

하지만 국민이 죽어가는사이 어느 누구도 예견된 참사를 막지 않았다. 책임만 회피하기 바빴다.

 

궁평2지하차도가 위치한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책임을 서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경찰도 다른 곳으로 출동했다고 발뺌했다.

 

'밥그릇'이었으면 서로 가져가겠다고 안달이 났을 것이다.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인근을 지나는 미호천이 범람해 생긴 일이지만 미호천교 공사를 하면서 기존의 제방 대신 이보다 더 낮고 부실한 임시제방으로 물이 넘쳐 지하차도까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기존에 있던 제방 높이는 32.65m였다. 그런데 31.48m 높이의 미호천교 공사를 하면서 임시제방을 만들었는데 그 높이가 29.74m에 불과했다. 다리보다 제방이 낮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제방의 법정 높이인 30.52m보다도 낮다.

 

하지만 집중폭우로 미호천의 최고 수위가 29.87m까지 올라가면서 범람을 피하지 못했다.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

 

뉴스타파는 미호천교를 발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당초부터 설계를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이곳을 '홍수취약지구'로 지정하지 않은 환경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이 죽었는데 책임을 지는 중앙부처는 없다. 주민이 죽었는데 지자체는 '네탓 공방'만 한다.

 

전국에 물난리가 나고 사람이 죽어가는 사이 헌법재판소는 또 기가막힌 판결을 내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이 그것이다.

 

헌재는 159명이 사망하고 320명이 다친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피청구인(이상민)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더라도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헌법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법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적의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했더라면 159명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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