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충격적이다. 철근 빠진 아파트라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년 1월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 올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가 시발점이었다. 최근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철근'이 빠진 아파트 1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설계 과정부터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15곳 중에는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이 9곳, 공사중인 단지가 6곳이다. 시공, 감리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당신의 집은 안전한가. 집은 하루의 일상이 시작되고 마무리 되는 곳이다. 그런데 철근 빠진 아파트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 주거정책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니 더 한심스럽다. 부실 아파트의 설계, 감리업체에 LH 출신의 전관예우가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LH가 발주한 아파트에는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LH는 지난 2021년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때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혁신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쁜 전통'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꼴이다.
LH 이한준 사장은 최근 "설계·감리 등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건설 이권 카르텔과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에 그친다면 LH는 실제로 해체되는 수모를 경험할 지도 모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LH 사태와 관련 "과거 관행적으로 있었던 안전불감증과 그로 인한 부실시공 일체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면 장관직은 물론 그의 정치적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아파트 30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한다고 한다. 민간아파트에서도 철근 없는 사례가 나올 경우 그 충격은 간단치 않다. 해당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부실 시공과 관련 있는 많은 사람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회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불안감이 확산하자 정부는 "아파트는 관련 법령에 따라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받고 있어 모든 아파트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제발 정부의 바램대로 이번 사태가 '찻 잔 속 태풍'이길 바란다. 정부와 건설사, 국민들이 바라는 그림이다.
하지만 민간업체가 지은 아파트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파장이 커진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최근 몇 년새 철근, 시멘트 등 건설 관련 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공사비가 그 만큼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설계, 시공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있었다면 그 아파트는 안전하지 않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무량판구조 뿐만 아니라 최근 3년새 준공했거나 건설 중인 벽식구조, 기둥식구조 아파트도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전수조사가 어렵다면 지역별 주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실시공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아파트 거주민이 안심할 수 있고, 민간 건설사도 근거없는 소문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