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서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이 15%로 나타나 있고, 이 중에서 반려견 비중이 77.2%이며, 반려묘는 22.8%다. 최근 농림축산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602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27.6%에 해당한다. 두 통계수치 간 자료작성방법의 차이와 표본중복, 누락, 오류 등은 차치하고 반려동물 보유 또는 양육가구가 늘어나고 있음은 자명하다. 반려동물 양육이 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애완동물이란 용어가 요즘은 반려동물이란 말로 표현이 바뀌어 가고, 펫팸족(pet-family), 펫미족(pet-me)이란 신조어가 출현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는 우리 사회의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 추세와도 관련이 깊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이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이면에 슬프고 부끄러운 현실도 있다.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가 적지 않다. 농림축산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유실 또는 유기된 반려동물은 13만401마리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73.1%이고, 반려묘가 25.7%다.
놀라운 사실은 반려견의 안락사 비중이 반려묘 5.2%보다 훨씬 높은 26.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실 또는 유기된 반려견의 경우 4마리 중 한 마리 이상이 일정 기간(지자체별 7일∼10일 정도) 원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이후 새 주인도 만나지 못해 안락사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가족처럼 키우다가 물건처럼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책임감과 생명존중의 사고가 희박한 데에서 우선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려동물은 한 번 키우면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과 감정을 지닌 가족'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단순 변심 등으로 유기하는 것은 자기 가족 구성원 싫다고 아프다고 버리는 행위와 무엇이 다를까? 유기를 줄이기 위한 최선책 중 하나는 반려인이 입양이나 분양전에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식을 먼저 갖는 것이다.
둘째는 반려견 병원비, 사료비, 간식비 등의 경제적 비용부담으로 인한 유기 가능성이다. 2022년 농림부 자료에서 병원비를 포함한 한 마리당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평균 15만원이다. 특히, 반려인에게서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이 큼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소득분위가 낮은 소득층이거나 또는 소득분위가 낮지 않더라도 상대적인 지출이 많아서 자신의 경제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반려인이 적지 않다고 본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경제적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반려동물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유기라는 방법이 이용될 수 있다. 그런데 유기견 중 안락사 비중이 26.5%라는 수치가 이들 반려인에게 과연 고무적 수치일까? 가슴 아픈 일임엔 틀림없다.
셋째는 입양 당시와는 다른 환경적 요소의 변화로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 경우 보통 유기보다는 파양의 형태를 취한다. 파양하려는 반려인이 끝까지 키우지 못한다는 심적 죄책감을 이용하는 형태의 하나로서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일명 신종펫숍도 등장한다. 중세 때 교황의 면제부 판매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이들 업체는 파양 반려인의 면책 및 보상 심리를 이용하여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500만원 정도의 적지 않은 파양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액수도 월평균 양육비를 고려하면 2.8년 정도로 반려동물의 남은 생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파양 보호소가 향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는 파양 전에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대신 그 비용으로 훈련소 교육 후 추후 동거하는 형태는 불가능한 건지 필자로서는 답답할 뿐이다.
경제적 비용부담에 의한 유기방지는 물론이고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동물 의료비 현실화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정부도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진료 항목에 대한 부가세 면제를 올 하반기부터 실시하고, 진료 투명화를 위한 표준화 계획을 금년에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동물병원 진료비는 늘어난 수요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의사 공급과 이에 의한 의료시장의 과점형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폭발적인 반려동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의사의 공급이 가능한 수의학과 설치대학(9개 국립대와 1개 사립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반려동물 수 1000만이 넘는 현시점에서 수의학과 설치대학 및 이의 정원을 추가로 확대하고 수의사 공급을 늘리는 시장경쟁정책도 함께 필요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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