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순간순간 미봉책에 열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구차한 변명을 해야 한다. 열성 지지자들이 감성에 빠져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으니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그냥 밀어붙여도 박수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사회에서 진실인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로 당장 앞가림만 하면 된다. 과거에 잘못했거나 미래에 잘못될 일은 과거나 미래의 일이지 현재는 잘못이 아니라는 이현령비현령 감정적 사고가 지배한다. 그런 환경에서 가짜뉴스, 가짜통계, 환상세계가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울고 웃게 만들기 쉽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 또는 감정에 호소가 대중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탈진실 시대'에는 여론을 이끌기 위해 선전, 선동하려면 진실과 이성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편이 설득력이 커진다는 아이러니가 전개 된다. 세상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럴듯한 말로 감정을 자극해야 동조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교언영색, 호언장담 허언에 맹목적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는 적극 팬덤으로 변한다. 전 미국대통령을 막무가내 지지하여 의사당에 진입한 이들이 비이성적 맹신 세력이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탈진실 시대에는 통계 숫자를 그럴듯하게 마사지하는 '좋은 통계' 작성 유혹을 받기도 쉽다. 특히 팬덤들은 가짜인지 진짜인지 가리려 들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함성을 지르며 믿으려 들기 때문이다. 통계를 마사지하면 왜곡된현실을 사실로 착각하게 만들어 엉뚱한 선택을 유도하여 경제를 골병들게 만든다. 포퓰리즘 국가들이 재정적자를 천정부지로 확대하여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모라토리움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서 가짜통계가 다반사로 번졌음을 생각해보자.
조직과 사회의 실체를 나타내야 할 통계를 덧칠하다가는 각 경제 주체에게 허상을 믿도록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쉽다.
오늘날 각국 경제는 싫으나 좋으나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실시되면 해외 신용평가지수가 낮아질 위험이 있어 죄 없는 가계와 기업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좋은 통계' 작성에 기울인 노력을 '나쁜 통계'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힘썼다면 진짜 나쁜 통계가 개선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자는 자로(子路)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참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爲政17)"라고 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 논어 學而8)고 강조하였으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허물을 고치려 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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