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온라인 주류 구매, 언제쯤?
중국에서 살다 한국에 와보니 막상 가장 아쉬운 점은 특유의 매력에 푹 빠졌던 중국 음식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규모와 역사를 자랑했던 자연경관도 아니었다. 다름아닌 바로 술 배송이다.
중국의 배달문화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음식 배달을 제외하고는 시스템으로는 한국이 한 수 위다. 식재료 마트 배송도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 다양하고,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새벽배송 등은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신유통 시스템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알리바바 그룹의 장보기 앱 '허마(盒馬)'도 빨라야 오전 8시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그런데 술 배송은 차원이 다르다.
실제 허마 앱에 들어가서 술을 골라본다. 허마의 경우 보통 식재료나 공산품이라면 30분에서 1시간 뒤로 배송시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술은 다르다. 칭다오 맥주부터 칠레와인과 스페인 스파클링와인, 그리고 중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백주까지 다 담았지만 종류를 불문하고 술에는 모두 '18분 내에 배송(最快18分鐘送達)' 표시가 되어 있다. 결제한 순간부터 18분이 되기 전에 집 앞으로 술이 와있다. 식사 자리에서 술이 떨어졌다면 근처 편의점까지 가서 사오는 것보다 이게 빠르다. 우리도 집에서 술을 편하게 받아볼 수 있긴 하다. 국내 유통망을 이용하면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것이 해외 구매를 하면 가능해진다. 국내 주류업자들이 '역차별'이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이 대목이다.
와인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보자.
초기엔 와인 매니아층이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와인이나 프리미엄급 와인을 구하기 위해 이용했지만 이젠 와인을 사는 수단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의 주세 체계상 직구가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데다 구매한 와인을 집에서 바로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배송대행지와 배송비, 관세까지 일괄 처리해주는 와인 직구 플랫폼의 경우 인기있는 와인들은 몇 분만에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작년부터는 위스키 해외 직구가 크게 유행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로 위스키를 구입한 건수는 7만4950건으로 전년 대비 7배 넘게 급증했다. 2019년 786건과 비교하면 1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역시 와인 직구와 같은 이유다. 가격과 편의성 모두 절대 유리했고, 위스키의 경우 국내 품절에 따른 수요까지 더해졌다.
한국에 오고나선 술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마트를 한번씩 가야 했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단 2개국 중 한 곳에 살고 있어서다. 전통주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주류는 온라인 구매가 금지된데다 펜데믹을 거치며 소비자 편의 차원에서 가능해진 것이 주류 스마트오더 정도니 말이다. 어쨋든 직접 가긴 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옹호하는 것이 비단 술꾼이 편하게 술을 배달받고 싶어서 뿐일까.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 주류 스마트오더만으로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소비자 편의를 높인 플랫폼들이 선보였다. 몇 십년째 제자리에서 뒤처져 있던 우리 주류산업에 새 바람을 입힐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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