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경, 베이징에서 응급실이 있다는 병원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이전에도 맹장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을 받았던지라 아침에 병원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남편을 억지로 택시에 태웠다. 외국인들도 많이 가는 병원이니 수술 축에도 못 낀다는 맹장수술 정도야 가능하겠지 싶었다.
사실 중국 의료에 대해 불안함이 컸다. 흉흉한 소문은 많았지만 '카더라 통신'은 다 제외하고 실제 딸 아이의 학교 친구는 치과에 갔다가 흔들리는 치아가 아니라 그 바로 옆의 멀쩡한 생니를 빼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응급실행은 입구부터 막혔다. 보안요원은 병원과 계약된 회사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험증서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파죽겠는데 보험증서를 챙겼을리 만무할 터. 미리 챙겨간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꺼내보이며 병원비는 무조건 내겠다고 약속했다.
병원 문턱을 넘고 보니 실제 뒤로 넘어가게 놀란 것은 중국의 의료 수준이 아니라 병원비였다. 응급실 입구부터 지불을 보증하지 않으면 못 들어오게 했던 것도 그래서다.
검사비와 수술비 등을 미리 결제하겠다고 신용카드를 가져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빗발쳤다. 신용카드 회사들이었다. 해외, 그것도 중국에서 수천만원의 사용승인 요청이 오니 당연했다.
사고카드라며 카드가 정지되고 풀기를 수차례. CT 촬영 등 검사비와 항생제 투여만으로도 중국돈 2만8315위안(당시 환율 원화 532만9561원)이 결제되더니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수술비와 1박 2일 입원비까지 모두 우리돈 2600만원 가량을 카드로 긁었다. 만약의 상황까지 대비한 비용이라며 일부는 돌려받았지만 최종 비용은 무려 1900만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선 맹장수술의 경우 보통 40~50만원이면 가능하다.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상급 병원이라 비용이 더 들었던 측면도 있었지만 서민들이 가는 병원이라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로 치면 1차 의료기관 정도인 로컬병원에 가면 일단 기본 접수비가 50위안(한화 약 9100원)이다. 귀나 코라도 막혀 들여다 볼라면 위안화 150위안(한화 약 2만8000원) 안팎이 들고, 피검사나 초음파라도 하면 몇 백 위안은 그냥 나온다. 베이징이라고 해도 버스비가 1위안(한화 183원)인 중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병원은 안가고 약만 지어먹는 경우도 많은데 약값 역시 싸지 않다. 중국은 항생제까지도 처방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지만 아이용 항생제 이틀치만 사도 100위안이 넘었다.
국내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액이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외국인 실손의료보험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인 실손의료보험 발생손해액은 7683억원이다. 이 가운데 80%가 넘는 6191억원이 중국 국적 외국인에 의해 발생했다. 중국인 가입자의 손해율은 2021년 103.7%, 2022년 100.5%, 2023년 7월까지 110.2% 로 3년 연속 100%를 넘어섰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가져간 돈이 더 들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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