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사기(詐欺)는 사회악이다. 한쪽의 꾀가 선량한 한쪽을 피폐하게 만들어서다. 인간 관계는 물론 국제 관계에서도 사기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분양사기'에서 비롯됐다. 분쟁의 시작을 찾기 위해선 1차 세계대전(1914~19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세계대전은 독일·오스트리아·오스만제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가 식민지 지배를 두고 벌인 전쟁이다. 강력한 독일 연합군에 맞선 영국 연합군. 영국은 자국의 이익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묘수를 쓴다. 먼저 서아시아 맹주였던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기 위해 아랍인을 끌어 들인다. 영국은 오스만 제국에게 지배받아 핍박받는 아랍인이 이들을 공격해 주면 아랍인 독립국가를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지역에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영국의 맥마흔선언(1915년)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길어지는 전쟁에선 충분한 자본이 필수다. 돈을 구하기 위해 영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던 전 세계 유대인을 끌어 들인다. 전쟁채권을 발행한 영국이 유대인에게 손을 벌린 것이다. 전쟁 자금이 급했던 영국은 밸푸어선언(1917년)을 통해 '유대 민족을 위한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수립하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며 유대인 독립을 약속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의 '분양사기'다. 아랍인에게는 노동력을 취하기 위해, 유대인에게는 돈을 끌어 들이기 위해 아파트 한 채(팔레스타인)를 두고 두 집(아랍인과 유대인)에 분양을 한 꼴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은 프랑스와 중동일대를 분할점령키로 한다. 그런데 비밀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은 프랑스와 공동통치키로 정한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의 폭로로 비밀협정이 만천하에 알려진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이 일어나고 독일의 히틀러가 60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으로 몰렸다. 이미 터를 잡고 있던 아랍인과 유대인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렇게되자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연합(UN)이 팔레스타인을 아랍인과 유대인이 절반씩 나눠갖는 분할안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유대인은 찬성했지만 아랍인은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겨우 6~7%였고, 아랍인의 땅은 93~94%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UN의 분할안 통과로 아랍인은 땅의 절반을 잃는다. 양측의 충돌이 격해질 수밖에 없는 분할안이었다. 양측의 싸움이 계속되자 영국은 팔레스타인에서 1948년 철수한다. 이후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 건국된다. 유대인과 아랍인 간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영국의 '팔레스타인 분양사기'가 분쟁의 씨앗이 된 꼴이다.
과거의 역사를 떠나 이젠 현실이다. 전쟁은 민간인의 희생을 불러온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하는 이유다. 국가나 단체 모두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린다. 어느 쪽도 전쟁을 길게 끌고 싶어하지 않는다.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면 전 세계 여론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중동 전쟁은 이미 4차례나 있었다. 모두 이스라엘 승리로 끝났다. 중동전쟁은 어느 쪽이든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1차를 제외하곤 1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이번엔 어떨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나라마다 외교력을 발휘해 평화를 중재하려는 것이다. 과거 영국의 '분양사기'를 극복할 묘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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