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김준형의 '청맹과니'] 뿌리 내린 곳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임금님표 이천쌀, 철원 오대미, 용인 백옥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쌀들이다. 특히 경기미는 예로부터 밥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조선시대 재배되던 쌀과 현재 재배되는 쌀은 품종이 좀 다르다. 지금 재배되는 쌀의 상당부분은 '아키바레',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와 같은 일본 품종들이다. 이 쌀들은 찰지고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제주 감귤은 무려 1000년 전, 고려 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다. 조선시대가 되자, 감귤은 조정에 진상품으로 바쳐지게 되었다. 그런데 조선 말기로 갈수록 지독한 수탈이 이루어졌고,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귤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이때 재래종 감귤은 거의 멸종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재배되고 있는 감귤은 1960년대 재일동포들이 '감귤묘목보내기 운동'으로 보내온 '온주귤'품종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재배된 일본 품종의 쌀은 한국 쌀일까, 아니면 일본 쌀일까?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자란 감귤은 한국 감귤일까, 아니면 일본 감귤일까? 당연히 쌀은 한국 쌀이요, 감귤도 한국 감귤이다. 이천 쌀을 일본 쌀이라고, 제주 감귤을 일본 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에게도 이런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까?

 

얼마 전,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한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대표의 행동은 인 위원장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인종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전대표는 모욕을 주기 위함이 아니며, 말의 뉘앙스까지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물론 이전대표도 정치인인데, 굳이 여러 사람 앞에서 인종차별적인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위원장은 '너는 외국인이야.'라고 취급해서 엄청 섭섭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하여서는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 한 가지는 놓치고 있다. 귀화한 한국인과 북에서 오신 새터민들, 그리고 다문화 가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분들은 한국이 좋아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인이 되신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 앞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귀화한 한국인 다섯 명 중 한명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조심해야 하건만, 때로는 우리가 생각 없이 뱉은 말에 이분들은 상처받기도 한다. 이 전대표와 인 위원장의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쌀을 바라볼 때처럼, 이분들을 완전히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일본의 유명한 도예가 심수관옹이 방황하던 젊은 시절, 그의 아버지는 마당의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들은 자신이 원해서 저 자리에 심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심수관옹은 이후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에게는 어디서 왔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뿌리를 내렸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왔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뿌리 내렸는가가 진정 중요한 문제이다. 귀화 한국인도, 새터민도, 전라도 촌놈 인요한 위원장도 모두 한국인이다. 우리 공동체를 이루는 가족인 것이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