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자본시장의 기관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장기 안정투자집단으로서 주가급등락으로부터 시장안정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행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기관투자자에게 그런 역할이란 연목구어에 가까운 기대가 아닐까? 사실 개인과 비슷한 단기 거래행태를 일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은 이들 기관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특혜를 주고 있다. 이러한 특혜가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작용하고,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는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기관투자자에게 주어지는 특혜와 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주문에 대한 계좌확인절차가 개인투자자와 동일 기준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일반 개인은 매도거래주문 시 고객계좌에 매도주문 수량만큼 잔고가 충분한지 시스템적으로 체크를 한 다음에 계좌잔고 내에서 주문이 시장에 전달된다. 그런데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불법공매도 발생은 이들의 매도주문에 대한 계좌확인 절차가 개인투자자 처럼 준수되지 않고 보유잔고 수량 이상의 매도주문이 시장에 전달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간 계좌확인 절차의 상이는 끊임없는 불법공매도 발생에서 보듯이 공정성과 당위성 등의 측면에서 그 존속의미를 찾기 쉽지 않다.
둘째, 기관투자자 중에서 2015년부터 증권사에 대해 시장조성을 위한 유동성 제공자로서 공매를 허용하고 있는 조치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기간의 공매도 금지 기간은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증권사는 유동성 제공자로서 매도-매수호가의 제공 차원에서 주식대차에 의한 공매도가 제한 없이 가능하다.
그런데 증권사의 유동성 제공 차원의 공매도는 미국과 같이 딜러 또는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하는 딜러쉽 시장(dealership system)에서는 필요하다. 왜냐면 이들은 매수자에 대해서는 매도자 역할을 행하고, 매도자에 대해서는 매수자 역할을 해야 하므로, 거래를 위한 재고(inventory)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한국의 경우에는 거래체결이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를 연결해주는 공개경쟁매매방식(call auction market system)으로서 증권사의 재고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장 개장과 종료 시 동시호가, 이외 시간의 접속거래란 용어가 익숙하다. 더욱이 한발 양보하여 증권사에 대해 유동성 제공자 지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매우 빈번한 대형주를 대상으로 한 유동성 제공자가 과연 필요한지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셋째, 기관과 개인의 차입 공매도 사이의 제도적 불공정성이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은 주식대차에 의한 공매도를 할 수 있으며, 개인은 거래증권사의 대주에 의한 공매도만 가능하다. 주식대차와 대주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는 개인의 대차시장참가 제한은 물론이고 상환기간의 차이와 거래종목의 한정 등으로 나타난다. 주식대차의 상환기일은 언제든지 상환이 가능한 open형과 만기가 1년인 term형이 있는데, 후자가 주로 이용된다. 반면에 대주는 상환기간이 60일로 매우 단기이다. 또한 주식대차는 거래종목 수가 매우 많지만 대주는 거래증권사의 보유 상품분으로 한정되어 있어 거래종목수가 매우 제약된다. 이런 차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불평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관투자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혜택 중 정당성을 갖기 어려운 과다한 특혜는 개선되어야 한다.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의 해소는 물론이고 자본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먼저, 기관투자자에 대한 매도주문은 개인투자자처럼 동일 기준의 계좌확인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다음으로 증권사에 부여된 유동성 제공자 차원의 공매도 또한 우리의 매매제도에서 불필요하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끝으로, 주식대차의 만기는 대차거래 동기와 관계없이 6개월 이내로 제한하여, 과도한 연중 단방향공매도(naked short)에 의해 야기되는 공매도의 역기능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주식대차에 의한 공매도 제도의 본래 취지 유지는 물론이고 주식대차와 대주제도 간의 형평성과 공평성 제고를 위한 것이다.
해당 분야 연구를 수행했던 필자로서 만기 6개월 정도면 공매도 순기능인 차익거래나 헤지거래의 목적 달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자본시장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은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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