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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마음산책

 

영화는 밖에서 만났으면 얼굴에 가래침을 '퉤' 뱉고 상종 안 했을 인간들과 겸상하게 만든다. 범죄자를 증오하는 일은 쉽다. 허나 그보다 중요한 건 그가 어쩌다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밝혀내는 일이다. 가해자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그가 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짚을 수 있게 된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그를 동정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대개 범죄자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기에,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뜯어고쳐 괴물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저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영화의 태도가 윤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그 영화가 악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진정으로 윤리적인 태도는, 선의 기반이 사실상 매우 허약하다는 것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악의 본질이 보기보다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선의 악'과 '악의 선'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어 "물론 이것은 악에도 다 이유가 있으니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악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다 같이 윤리적 상대주의의 불지옥 속으로 뛰어들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며 "대부분의 악은 자신이 한 번도 악이었던 적이 없다고 믿는 자들에 의해 행해진다. 적어도 이야기라는 장르에서만큼은 이 세상의 모든 단호한 경계들에 대해서 확신보다는 회의를 품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인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신형철의 첫 영화평론집이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다룬 평론을 읽다가 눈이 번뜩 뜨였다. 영화는 가족과 학교 친구들을 총으로 쏴서 죽인 케빈의 과거와 현재를 찬찬히 톺는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케빈은 언뜻 보면 여느 평범한 10대 소년 같기도 하다. 그는 때때로 고막이 찢어질 듯 자지러지게 울어 양육자의 혼을 쏙 빼놓았던 영아기를 거쳐, 부모 속을 새카맣게 태우려고 작정한 것마냥 늦게 말을 뗀 유아기를 지나, 엄마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춘기에 도달한다. 늘 엄마의 사랑이 고팠던 그는, 창조주를 영영 자기 곁에 묶어둘 묘안을 짜낸다. 케빈은 영화 속 두명의 주인공을 제외한 조연과 엑스트라들을 전부 제거해버리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사건 이후 사람들은 케빈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서사의 등장인물을 소시오패스니 사이코패스니 하며 '규정'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그리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며 "케빈을 소시오패스라고 규정해버리면 이 이야기는 '낳고 보니 아들이 소시오패스인' 한 불행한 엄마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때 우리에게 남는 건 공포와 연민의 감정뿐"이라고 지적한다. 24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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