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지음/박성민 옮김/시와서
직군마다 자기소개서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기자들의 자소서에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되겠다'는 말이 단골로 나온다.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가기 전 카나리아를 안에 풀어놓고 새의 생사를 통해 유독가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판단한다. 고로 저 문장은 카나리아처럼 사회의 위기를 재빨리 포착해 사람들에게 미리 경고하겠다는 의미일 터.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폴 슈레이더 감독의 '퍼스트 리폼드'라는 작품에 "통증 없는 중병의 시대에 먼저 앓고 대신 아픈 자가 써내려간 몸의 일기"라는 한줄평을 남긴 것을 보면, 언론인과 예술가, 이 두 직업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는 듯하다.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교직 생활을 하던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에 국비 유학생으로 가서 공부하다가 극도의 신경쇠약을 앓게 된다. 그의 말과 글을 엮은 책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에는 그가 왜 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와 있다. 처음 책을 편 독자들은 약간 당혹스러울 수 있다. 소세키가 자기에게 맡겨진 이런저런 일들을 하기 싫다고 엄청나게 투덜대기 때문. 그는 "학교 이사가 와서 무언가 글을 쓰라고 한다. 나는 요즘 머릿속이 비어 있어 여러분에게 말해 줄 것이 없다", "(강연하는 날까지) 뭔가 정리된 이야기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좀 내키지가 않고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일이 될 때까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뻔뻔스러운 생각으로 질질 시간만 끌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구시렁댄다.
그는 왜 속으로만 욕하고 말면 될 일을, 굳이 사람들 앞에 꺼내놓는 걸까. 이름값을 하기 위해? 책의 중반부에 그 이유가 나온다. 소세키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뭔가를 해야 한다, 라면서도 뭘 해야 좋을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고, 마치 안개 속에 갇힌 고독한 인간처럼 꼼짝도 못하고 멈춰 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한 줄기 빛이 비치지 않을까 하고 희망하기보다는 내 쪽에서 탐조등을 이용해 단 한 줄기라도 좋으니 앞을 환히 보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좋은 옷을 입고 다녀도 소세키가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던 것은, 이 모든 게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루 속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소세키는 고백한다. 번뇌하던 그는, 자루를 찢을 송곳을 찾아내고야 만다. 소세키가 구한 답은 '자기본위'다. 이는 '자신의 술을 남에게 마시게 한 다음 그 품평을 듣고 거기에 무조건 따르는 행동'을 이르는 '타인본위'의 반대말이다. 소세키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도 자신만의 곡괭이로 광맥에 닿을 때까지 파보라고 권한다. 320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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