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례적이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진짜 장관'이 되기 전부터 유관 단체장들을 잇달아 만난 일이 그렇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예정하고 있는 오 후보자는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를 차례로 방문, 환담하고 아이디어를 구했다.
장관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기부의 대표적인 정책 대상을 만난 것이다.
'이례적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계에선 오 후보자의 이같은 행보에 오히려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동안 거쳐간 후보자들이 실행에 옮기질 못해서 그렇지 '좋은 자세'라는 것이다.
오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문재인 정권에서 출범한 중기부의 5번째이자 공무원 출신 첫 장관이 된다.
홍종학, 박영선, 권칠승 장관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중기부 장관이 된 지금의 이영 장관까지 마지막 직업이 사실상 모두 정치인이었다. 이 중에선 임기 내내 중기부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은 장관도 있다.
오 후보자는 외교관 출신이다. 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유리천장이 어느 곳보다 높고 단단한 외교부에서 개발협력국장과 주UN 차석대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그리고 외교부 2차관 거쳐 직전엔 주베트남대사를 9개월 가량 역임했다. 여성으로선 외교부의 첫 차관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정통 외교관 출신을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하면서 '전문성' 등을 우려할 것을 인식해 "제2차관 등을 역임하며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며 "경제 외교 분야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은 힘(?)은 있지만 행보가 과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엔 일부 '사심'도 들어있다. 공무원 사회와 간극도 적지 않아 '포용력'도 요구된다.
이런 차원에서 중기부 내부에선 공무원 출신 장관 후보자를 놓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오 후보자는 유관단체장들을 연속해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특기인 글로벌 진출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출입기자들과 사석에서도 이같은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 글로벌화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글로벌화를 외치지 않은 정권은 없다.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화에 대한 혜안의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오 후보자가 외교부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기부의 정책은 '삼라만상'을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정치인 출신 장관이 하던대로 판을 더 벌려놓거나, 하나마나한 정책을 더 만들 일도 아니다.
후보자에 대한 또다른 평가가 '그립감(grip感)'이다. 외교부에서 단련한 쎈 그립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오는 2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오 후보자는 세금 '지각 납부'와 'MB맨'인 남편의 과거 경력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런 의혹을 해소하고 그가 공무원 출신 첫 장관이 된다면 정치인들이 휘젓고 간 중기부에서 '온전한 리더십'을 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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