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자성어로 한해를 정리하는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대의를 망각하는 행위는 사회를 망치고 나라를 망치며, 나아가 인류 전체를 망치는 것이다. 이에 공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란 말로 경고했던 것이다. 즉, 눈 앞의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에는 다소 싱거운 '견리망의'를 대체하는 누리꾼들의 '촌철살인'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X신외교', '친일매국', '각자도생', '디올명품','X(ㅈ으로 시작하는 욕)가락질', '어묵쳐묵', '건희도로', '부라보콘', '지각대장', '가발궁금' 등 끝도 없이 나온다.
누리꾼들이 지적하듯이 올 한해는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 아쉬운 일이 어느 해보다 많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우선 여야 정치권은 올 한해 민생보다 정치적 이익을 두고 다투는 모습으로 정치와 입법은 실종됐다. 올해 국회에서는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 가결 등 '사상 초유'의 상황이 잇따랐다.
남북 관계는 북한의 전술핵탄두 개발과 핵무력 헌법 명기에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핵·미사일 '폭주'에 더해 남북연락채널의 일방적 차단으로 단절·대치 양상이 심화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7월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잠기면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의 원인은 '관재'(官災)였다. 같은 날 경북 예천에서도 극한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1학년 담임 교사가 학교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동료 교사 등으로부터 학부모 '갑질'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직 사회의 분노는 폭발했다.
한 여름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부실한 폭염 대책, 열악한 위생 등으로 파행하면서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는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한 한국은 11월 28일(현지시간)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쳐 119표를 쓸어 담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패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전세사기가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빌라 등에 전세사기가 쏠리면서 주요 수요층인 청년과 서민 등의 피해가 컸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지난 3분기 기준 전 세계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한국은 100.2%로 모든 국가 중 유일하게 GDP보다 가계부채 총액이 많은 나라로 기록됐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약 1883조원 수준이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이 0.7명을 밑도는 0.6명으로 내려갈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런 수준이라면 대한민국은 100년 후에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견리망의'의 의미를 새기며,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 새해에는 희망찬 '견리사의' 정신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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