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처럼 급하고 즉각적인 시대에 "멀리까지 내다보며 깊이 생각하다." 라는 신념이 공감을 얻을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즉흥적인 생각과 행동이 오히려 결과적 가성비가 높다는 얘기까지 한다. 여행하더라도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몇 번 터치만 하면 숙박과 교통편 예약도 즉시로 되니 이제 간단한 여행 가방 하나면 되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싸지 않고 간단히 백팩 하나만 메고 나서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카드 하나만 잘 챙겨서 가면 현지에 가서 대충 필요품을 조달할 수 있는 콤팩트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흐르는 시간 앞에서 그저 생각 없이 무방비로 지내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더운 여름이 지나면 다가올 겨울 채비를 해야 한다. 올 한 해의 농사가 끝났다고 내년 농사에 지을 씨를 받아 놓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공자 같은 성인은 "사람에게 먼 염려가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라며 원모심려 할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새해를 맞아 미래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 없다면 분명 가까운 근심이 틈새로 끼어든다. 원려遠慮 먼 근심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공자의 원려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공연한 걱정과는 다르다고 생각된다. 미래에 대한 공연한 걱정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는 의도하지 않은 외부의 곤경에 대해서 여러모로 대처할 수 있는 내외적 방어막이 형성될 수 있음이니 현재가 편하고 좋다 하더라도 자만하거나 방만하지 않은 가운데 성실을 다할 것을 뜻하는 것이라 본다. 필자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역易의 향후 운의 방향에 따라 건강 문제가 돌출될 것으로 보이면 건강검진을 더 챙긴다든지 하는 식이다. 공자가 의미하는 원모심려遠謀深慮와는 거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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