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에서 중랑천을 걷다 보면 낡은 공장지역에 약 1000평이 조금 넘는 업무시설 신축현장이 있다. 이 토지는 냉정하게 보면 성수동에서 최고의 입지라고 볼수는 없지만, 지난 부동산 광풍을 타고 평당 1억5000여 만원에 소유권이 넘어가서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태영건설이 이 현장의 진행을 위해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약 4000억여 원에 이른다. 그 중 480억 원 규모의 PF는 이미 만기가 지났고 해가 바뀌면서 며칠 정도 겨우 연장해 놓은 상태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우발채무(미래에 발생할 채무) 3조6027억 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태영건설은 불과 이 480억의 PF 만기가 도래하기 직전까지도 워크아웃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으나, 지금은 도리어 어떻게든 채권단을 설득해서 워크아웃을 청하는 상황이 되었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30조 가량을 기록했던 전국 부동산 PF 잔액은 1년 만에 약 3조 가량이 늘었다. 동일기간 1%대를 부동산 PF 연체율은 2%를 넘어섰다.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는 태영건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도급순위 상위 300개 건설사 중에서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주요기업 55개 중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업은 17곳이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323.3%에 달한다. 이 정도 부채비율이면,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이 대반전을 가져오지 않는 한 차라리 부도를 내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
정부는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을 포함한 PF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총체적인 부실을 올해 4월 총선 이후로 이연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동시에 같은 편에 서 있는 주택 산업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은 '건설업계 도미노 도산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지원사격을 펼치고 있다. 후방 연쇄 효과가 큰 건설업계가 흔들리면 실물경제에 타격이 오는 것은 맞다. 선거 전에 곡소리가 나면 정치인들이 곤란해진다. 그러면 공무원들의 할 일이 늘어난다.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의 주택개발사업은 얼마 전 460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토지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이번에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에게 만기를 총선 이후로 연장하도록 종용했다. 채무자가 일반인이었다면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국가가 나서서 채권 만기를 종용하는 경우는 없다. 가뜩이나 PF 대출 부실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겪은 바 있는 새마을금고가 부실 사업장을 스스로 정리하겠다는데 정부가 나서서 틀어막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로 이른바 '9월 위기설'을 퍼트렸던 부실 브릿지론과 PF가 4월 총선직후까지 그 폭발을 미뤄두었다. 그 기간 동안 협력 업체들은 미수금을 받고 발을 빼기도 어렵다. 미국이 금리를 소폭 완화할지는 모르겠으나, 건설업뿐 아니라 자국의 거시경제 전반을 신경써야 하는 한국정부에게는 금리를 조정할 폭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무턱대고 위험을 미루기만 하면 결국 그 폭발력이 한날 한시로 몰리게 될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건설채권의 30~50%가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든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결국 남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그 과정이 더없이 괴롭다는 것을 우리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모아서 터Em리면 폭발력은 배가 된다. 당연히 그 피해는 서민들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은 할 수 있는 대로 대비를 해야 한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무리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예금은 이자가 적더라도 1금융권으로 옮겨서 대비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이 크게 활황이었던 시기에 시작했어야 할 일들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