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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태영의 투항과 '나쁜선례'

'꼬리 자르기 의혹'과 '버티기'로 비난받은 태영이 결국 손을 들었다. 투항까지 태영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못갚을 때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하지만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의 행보에 물음표가 던져졌다. 태영그룹은 지난 3일 채권단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가운데 890억원을 TY홀딩스(지주사)의 태영건설에 대한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의 집중포화가 시작된 계기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채권단의 75%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오너일가를 위한 채무상환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사용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이 당초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진정성 있는 대주주와 그룹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시한까지 제시했다. 그는 또 지난 9일 아침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와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진 이후 "태영은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수단을 전부 내놓더라도 기업을 살리겠다는 오너의 헌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추가자구안으로 채권단을 설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태영은 지난 9일 추가자구안을 내놨다. 태영그룹은 유동성이 부족하면 TY홀딩스·SBS 주식 지분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지분 전체'를 '4월까지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라고 전제를 달았다.

 

태영이 추가자구안을 내놓기에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 출석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생각이 있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태영건설은) 부채비율도 높고 부동산 PF 사업장에 보증을 선 게 굉장히 많다"며 "PF 사업에 너무 의존한, 부채 의존적인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경영 실패가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오너일가의 희생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최후 통첩이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추가자구안을 내놓는 과정은 한마디로 아마추어 같았다. 고령의 창업회장이 추가자구안을 내놓기까지 태영의 태도는 안일함 자체였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고서야 손을 들었다. 나쁜 선례다. 시장자율이었다면 채권단의 반대로 워크아웃 무산이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시장에 소문이 돌았다. 최근에도 PF에 발목 잡힌 건설사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번 태영건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어설프게 채권단을 설득할 수 없다. 워크아웃 신청은 경영의 실패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앞 뒤 안가리고 사업에 뛰어든 판단착오의 결과다. 따라서 오너가의 뼈를 깎는 희생이 필수다. 정부는 건설사의 부도가 분양받은 사람은 물론 시행·시공사, 하청업체까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건설사별, 사업장별 옥석을 가리는 선별작업이 미리 이뤄져야 한다.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박승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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