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지음/김명남 옮김/창비
미국의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쓴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는 명명의 중요성을 설파한 책이다. 솔닛은 "잔학함에 대한 저항은 그 잔혹함을 숨기는 언어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한다"며 "고로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 우파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앞세워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돌보라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집단에 이식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첫 임기 취임사에서 '성공을 벌주는 세금 제도'를 개탄한 이래 시민들 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세금은 억압처럼 왜곡돼 묘사돼 왔다. 특히 세금이 게으름뱅이와 '복지 여왕'들에게 투입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은 세금에 대한 우파의 적개심을 퍼뜨리는 데 기여했다.
저자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노숙인 루이스 공고라 빠뜨가 경찰에 의해 살해됐을 당시 온라인에서 벌어진 논쟁에서 의존성에 대한 우파의 적개심을 읽는다. "나는 당신과 같은 인간들에게 신물이 난다. 자신과 가족을 스스로 돌보지 않고 납세자들에게 대신 돌봐달라고 내팽개친 노숙인에게도 자유가 있다는 사람들. 누구든 자기 짐을 남이 대신 짊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그 순간 자유를 잃은 거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 글을 쓴 사람은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솔닛은 지적한다.
저자는 "당신이 어느 도시에 살든 수도와 위생 같은 여러 공공 서비스의 덕을 볼 것이고,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들의 덕을 볼 것이고, 교통신호와 대중교통 규칙과 건축 조례의 덕을 볼 것"이라며 "이 모든 일에 세금이 쓰인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러나 자신이 공동체로부터 무엇을 얻고 있는지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고, 혼자 해나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고 일갈한다.
문제는 저런 주장이 너무 익숙하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각자도생이라는 사자성어와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알빠노'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사치재이고 돈은 노동에서 나오므로 이유를 불문하고 일하지 않는 자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사고에 갇혀, 의존을 맹렬하게 혐오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우파는 모든 삶이 제각각 떨어진 섬이고 혼자서도 온전한 존재이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그 누구도 그렇게 완벽하게 독립적일 수 없다. 사람들은 살아 있기 위해 의존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대부분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함께 하나의 복잡한 체계를 구성하는 점들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 속에 함께 있다"고 말한다. 34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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