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태어난 마을에서 거의 평생을 살다가 명이 다하면 역시 태어난 마을 뒷산이나 동산에 묻혔다. 환지본처라 하여 시작된 곳에서 마지막도 정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향을 떠나 멀리 있는 길을 가는 것을 역마살로 보았다. 나를 낳아준 부모와 조상 가족과 친지를 떠나야 하니 어려운 인생살이의 하나로 역마살을 매우 저어했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었지만, 출세를 하고 명예를 얻어도 웬만큼 나이를 먹으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말년을 보냈다.
그러나 현재는 사농공상으로 직업도 단순하지가 않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전 세계를 거의 일일생활권으로 묶어놓다시피 한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한곳에 오래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때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 집을 구매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웨스트 할리우드와 뉴욕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39살에 부호 명성을 얻은 뒤 근 15년간을 호텔 생활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녔던 것으로 유명했던 그가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5성급 이상 호텔만을 떠돌며 지낸 슈퍼리치가 집을 사들인 이유는 "이젠 한곳에 정착해 살면서 집 없는 억만장자라는 별명을 내려놓을 시간이 왔다."라고 OO 신문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정착에 대한 무의식적인 회귀본능을 증명한 것이다. 불교적 용어로 환지본처는 인간이 본래의 청정한 자성을 깨달아 부처의 경지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의 본래 자리, 마음의 본원을 확립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하나이기에 마음의 원래 자리를 찾는 것만큼 몸이 거처하는 물리적자리 역시 편해야 한다. 환지본처, 타향에서 명을 마쳐도 머리는 고향 쪽을 향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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