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가 아니라 '싱글 블렌드(Single Blend)'다.
단일 포도밭의 포도만으로 만들어 테루아를 강조하는 싱글 빈야드는 많이 들어봤을텐데 와인 좀 마셔봤다는 이들도 싱글 블렌드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싱글 블렌드는 넓게는 국가, 아니면 주 단위 정도로는 제한이 있지만 포도 재배 지역의 범위를 최대한 넓혔다. 품종도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포도밭이든 품종이든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와인메이커에게 운명이 달렸을 터. 세상에 없던 단 하나의 블렌딩을 내세운 와인 '레비아탄'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앤디 에릭슨은 인생 동반자이자 와인양조 동반자인 애니 파비아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와인 양조과정 가운데 최고의 미학은 블렌딩"이라며 "레비아탄은 카버네 품종을 기본으로 하지만 전형적이었던 특정 지역의 제한없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최고의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로 양조한다"고 말했다.
레비아탄은 2004년 앤디와 애니의 첫 와인이었던 파비아를 만들고 남은 포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시작됐다. 작년에 수확해 양조 중인 와인이 완성되면 벌써 20주년 빈티지를 맞이하게 된다.
와인에 있어 최고의 미학이 블렌딩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그것도 특정 테루아가 지켜진다는 전제에서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잘 골라, 잘 섞어 만들겠다고 하는 아이디어가 가능했던 것은 앤디여서다. 미국 최고의 컬트와인으로 불리는 스크리밍 이글과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메이커로 명성을 쌓고, 만드는 와인마다 로버트 파커 100점을 맞았던 그다. 앤디의 블렌딩에 대한 철학과 천재성이 고스란히 담긴 와인이 레비아탄이라고 보면 된다.
레비아탄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해저라는 마리아나 해구에 산다는 바다 괴물이다. 레비아탄은 와인의 레이블 역시 이를 표현해 바다 괴물 혹은 대왕 오징어, 해석하기에 따라 갑진년 청룡으로도 볼 수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앤디는 "상상속의 괴물처럼 예상할 수는 없지만 많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레비아탄으로 이름을 지었다"며 "시장에 출시되자 마자 바로 마시기도 좋은 최상의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레비아탄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의 포도와 여러 포도품종을 섞어 만든다. 기후와 작황에 따라 매년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
레비아탄 2021년 빈티지는 카버네 소비뇽 63%에 메를로 12%, 프티 시라 10%, 시라 6%, 프티베르도 6%, 카버네 프랑 3%를 섞어 만들었다. 카버네 소비뇽으로 구조감을 단단하게 했고, 메를로로 과실미를, 프티 시라는 매력적인 짙은 색과 둥근 타닌을 줬다. 카버네 프랑은 모든 요리에 소금을 치듯 블렌딩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블랙베리류에 오크향이 어우러지고, 향신료향과 미네랄의 느낌도 살아있다. 섬세한 타닌으로 끝맛은 길다. 지금 즐기기에도 좋지만 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상상 속 괴물답게 힘이 살아있는 미국 레드 와인이었다.
앤디는 "레비아탄은 대담하고 강건한 캐릭터로 한국식 바베큐와 아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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