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번호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을 허용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통신사 간 자율적인 지원금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이미 이통3사의 과점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와 함께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말기 유통법 시행령 제3조의 예외 기준을 새로 만드는 개정안을 보고했다. 단통법 시행령 제3조의 '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 단서에 예외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이나 요금구간에 따른 지원율을 다르게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신규, 기변, 번호이동 등 통신사가 가입 유형에 따라 자율적으로 보조금을 정할 수 있다.
이에 통신사들이 다른 통신사의 고객을 자사로 가져오는 번호이동 관련 정책에 보조금을 많이 실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가입자의 번호이동으로 위약금이 발생할 경우 다른 통신사가 위약금을 대납할 수 있기 때문.
그동안 가입자들은 통신사와 체결한 약정기간이 끝난 후 통신사를 갈아타는 번호이동에 나섰다. 약정기간 내 번호를 이동할 경우 위약금을 부담해야 해서다. 하지만 경쟁 통신사가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위약금을 대신 납부하면 가입자는 통신사를 쉽게 갈아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위약금 대납을 통한 통신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시장 경쟁 활성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업계는 더이상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통신 3사 과점 체제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폐지는 국회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단통법 폐지 전에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사업자 간 자율적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비가 절감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행령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이미 과점 체제가 고착화한 시장에서 통신사들은 예전만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단통법 시행 전 이동통신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다 LTE의 등장으로 이통사마다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5세대(5G)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100%에 육박하면서 통신 서비스 시장은 포화된 상태다.
이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원금 경쟁이 촉발된다고 해도, 이통사가 과거만큼 지원금을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또 알뜰폰 시장의 위축으로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계가 이통 3사와의 위약금 대납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가입자들이 이통3사로 대거 이동하면서 이들의 과점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의 지원금이 확대되면 가입자들은 부담이 덜한 이통 3사로 쏠릴 수 있다"며 "최근 이통3사의 중저가 요금제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번호이동 지원금까지 확대된다면 알뜰폰 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단통법 폐지 관련 입법 보고서를 내고 "유통점의 경쟁 요소가 생기고 지원금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반면 지원금 불균형과 소비자 차별, 고가 요금제 집중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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