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우크라이나 와인
세르게이 스타코브스키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출신의 테니스 선수인데 세계 랭킹 31위까지도 올랐던 이다. 유명세를 탄 것은 2013년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다. 2회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었던 것은 지금까지 테니스계의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로 남아있다.
테니스 코트에서의 모습을 모르는 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뉴스에서 이름을 접했을 수도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조국의 전쟁을 위해 참전했다고.
사실 은퇴 이후 그의 꿈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은퇴에 앞서 2018년 빈티지로 스타코프스키 와인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2022년 1월 은퇴를 선언하고 와이너리에 본격 몸을 담기도 전에 2월에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최전선으로 향하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국가대표로 뛰었고, 올림픽에서 우리를 위해 게양되는 국기을 보았다. 싸워야 했다."
스타코프스키의 선택은 총을 잡는 것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와이너리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치뤄내고 있었다. 와인을 국제 대사로 내세운 것. 러시아 침공 이후에만 35개의 새로운 와이너리가 조성됐고, 전국적으로 160명 가량의 와인 생산자가 생겨났다.
우크라이나 와인의 역사는 28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소련의 통치 하에서는 발전이 힘들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알코올 중독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는 우크라이나 와이너리 역시 상당 부분 철거됐었다.
이번엔 전쟁이 와인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128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프린스 트루베츠코이 와이너리 등은 폭격으로 훼손됐지만 와인은 그들의 굳건함을 외부에 알리는 훌륭한 도구가 됐고, 이번엔 미국으로의 수출도 성사를 시켰다.
미국 뉴욕의 한 와인 수입업자는 우크라이나 와인을 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와인 산업은 다양한 떼루아와 토착품종의 재발견 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와인은 국제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는 물론 스페인 품종인 템프라니요와 알바리뇨, 사페라비, 르카치텔리, 토착품종까지 다양하다.
스타코프스키의 와이너리는 이제 그의 형이 운영하고 있다. 작년엔 전체 와인의 60%를 수출했다. 와인을 실어 나갔던 트럭은 외부 지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구호품을 가득 담고 돌아온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전세도 불리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와이너리들은 와인을 계속 만든다.
스타코프스키는 한 군사기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만약 패배하더라도 이 와인들은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포도로 만든 와인을 계속해서 외부로 내보낼 것이고, 와인병에는 여전히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라고 적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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