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종섭 주 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 출국과 '회칼 발언'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여권에서는 '윤한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친윤계(친윤석열계)에서 비판이 제기돼 여권 내 '집안싸움' 조짐도 보인다.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입장이 엇갈린 것을 두고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면서 "국민들께서 총선 앞에 다른 이슈보다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종섭 대사의 즉각 귀국, 황상무 수석의 자진사퇴 등을 촉구한 바 있다.
당내에서도 대통령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충청 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이날 선대위 발대식에 앞서 "지금은 국민 눈높이를 따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고,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전 의원도 선대위 발대식이 끝난 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분의 자발적 사퇴가 필요하다. 매일 중도층 주민들의 마음이 냉담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황상무 수석 사퇴는 선을 긋고 있고, 이종섭 대사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낸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통령실이 당의 압박에도 뜻을 바꾸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윤한 갈등 시즌 2'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촉발된 1차 갈등이 봉합된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한 번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이번 갈등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차가운' 민심을 전달했기에, 대통령실도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윤상현 의원은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지, 대통령실이 치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당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도 '윤한 갈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미래(비례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친한계(친한동훈계)의 갈등이 있었다는 풍문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이 발표되자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순번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원 2인이 포함된 점, 당직자가 후순위에 배치된 점, 호남 출신 홀대론 등을 들어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도 이날 취재진을 만나 "당헌·당규에는 당선권의 3분의 1 이상을 (호남 출신에) 배치하게끔 돼 있다"며 "(비례대표 순번을) 당 사무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좌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순번) 배치는 어떻게 돼 있는지, 그걸 보면 답이 나온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이 같은 지적에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특정 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친한' 인사로 공천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친윤계 의원들은 '윤한 갈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안 된 분들이 안타깝고, 납득이 안가는 사람들이 들어가 의아하다 보니 달래드리면서 (순번을) 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윤심(尹心)을 반영해 반발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내가 하수인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성동 의원은 "언론이 모든 걸 갈등의 시각에서 프레임을 잡고 보니까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고, 정진석 의원은 '윤한 갈등' 질의에 "그렇게 보지 않고 용산에서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순번 문제는 당내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간 한동훈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시스템 공천을 했을 때는 여론조사 추이가 좋고, 공천장을 고려해 참고 있었던 것"이라며 "바람이 잠잠해지고 수도권 위기론 등이 떠오르면서 비례대표를 고리삼아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고 진단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YTN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판을 본인과 이재명의 싸움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 이건 본인의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라며 "자신은 여권의 유일무이한 차기 주자라고 행세를 했기 때문에 (여권에서도) '위험해지겠다. 이것이 총선까지 계속 갈 수 있느냐'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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