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엔 사이클이 있다. 연초엔 신년 맞이 행사와 제야의 종 타종인사 소개 글이, 설과 추석 명절 전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울사랑상품권 배포 일정이, 해빙기에는 재난 취약시설 안전 점검 사항을 안내하는 자료가 배포된다.
당연하게도 여성의 날에는 여성 인권 신장 관련 정책을 홍보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성희롱·성폭력 및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시는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관련자에게도 가해자에 준하는 중징계를 내리고,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지 않도록 '제3자 익명제보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듬해 여성의 날 시는 브리핑을 열고 국내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격차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 이래 줄곧 성별간 임금 격차 1위를 기록한 나라에 사는 한국 여성들이 노동 현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오세훈 시장이 돌아오기 전 여성의 날에 대대적으로 기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여성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았던 시는 수장이 바뀌고 이같은 활동이 부실해졌다. 전처럼 여성의 날 주간에 기자설명회를 열고 여성 지원 정책을 발표하는 일이 사라졌다.
그나마 작년 여성의 날에는 애경산업 등이 여성 자립준비 청년에게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내용의 작은 행사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전무했다. 이번 여성의 날 주간에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가운데 새롭게 마련된 여성 인권증진 정책을 소개하는 자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신 시는 지난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여성연합은 오 시장이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이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좌파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납득할 수 없고 일방적인 성평등 걸림돌 선정은 정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시가 좌파단체라고 낙인찍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변호한 조수진 변호사를 공천했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인권에 걸림돌되는 인사에 좌우 구분없이 회초리를 휘두르는 여성단체에 '좌파' 딱지를 붙이고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게 누구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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