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지음/제이포럼
공주가 용에게 잡혀가고, 왕자가 용을 물리친다. 이후 둘은 결혼한다. 흔하디흔한 전래동화 속 이야기.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먹기엔 통통한 아기나 살찐 남자가 낫지 않나. 근육질 기사도 씹을 맛이 날 테고. 저자는 애초에 용은 여자를 잡아간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용이 사실은 여자 그 자체라는 것. 여자에게는 용처럼 제멋대로인 야성과 파워가 있다. 과거 가부장제 사회는 용맹하고 거친 여자를 거부했다. 기사가 용을 공격하자, 여자는 용의 면모를 버린 뒤 여리고 연약한 공주의 모습만 갖고 백마 탄 왕자를 따라가게 된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용이 공주만 잡아간 게 아니라 기사가 공주만 구해온 것'이라는 이야기다. 책은 묻는다. 21세기 여성이 공주로 살면 행복하겠냐고. 기사가 돼 다른 사람을 구하거나, 왕이 돼 나라를 세우는 게 훨씬 더 근사한 일이지 않을까. 여성주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래동화의 세계. 236쪽. 1만6800원.
◆나쁜 책
김유태 지음/글항아리
국가나 종교, 정치권력은 사람들을 깨우는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독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출판사를 협박하거나 인쇄된 책을 회수해 불살랐다. 그들은 '나쁜 책'이 나와 가족을 부도덕한 사상에 물들이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서를 두려워한 자들은 '천지개벽'이 아닌 '현상 유지'를 원했다. 그럼에도 문학은 그 자체의 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니고 있어 뒷걸음질하는 법 없이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문장으로 독자의 심장을 후벼 팠다. 혹자는 카프카처럼 차가운 문체로 불길에 맞서기도 했다. 위대한 작가들은 출생지도, 태어난 시기도 달랐지만 하나의 관점을 공유했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죽음을 좀더 삶 가까이에 두고 정확하게 통찰하면서 삶의 유의미성을 발견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의 안전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처형됐으나, 역설적이게도 역사를 추동케 한 금서들을 찾아 떠나는 인문학 여행기. 404쪽. 1만9800원.
◆비정상체중
케이트 맨 지음/이초희 옮김/현암사
'여성혐오, 성소수자혐오, 외국인혐오···.' 세상엔 다양한 혐오가 존재한다. 이중 비만혐오는 자주 정당화되곤 한다. 날씬한 몸이 더 건강하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을 핍박해 그들을 다이어트로 몰고 가는 일은 비만인을 위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책은 오랜 시간 견고하게 자리 잡은 비만혐오의 문화를 파헤치며 이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무너뜨려 왔는지를 까발린다. 몸에 끊임없이 도덕적 평가와 판단을 내리게 해 죄책감을 부여하는 비만혐오는 계급, 인종, 젠더의 영역과 교차하며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권리가 있는 이유는 개인의 고유함이 어우러져 사회의 다양성을 형성하고, 이것이 유연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몸의 사이즈 역시 마찬가지. 뚱뚱한 몸을 평가하고, 비웃으며, 가스라이팅하는 비만혐오 사회에 당당히 맞서는 법을 알려주는 책. 352쪽. 2만원.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