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지지세가 여전하자, 그가 직접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위원장은 최근 총선 당시 자신이 영입한 이상민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 의원뿐 아니라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 등 자신이 영입했지만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들도 차례로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4·10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비대위원장 사퇴를 선언하고,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후 지난달 20일에는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한 전 위원장은 함께 활동했던 비상대책위원들과 회동을 갖거나, 비서실 당직자들을 만나는 등 행보를 이어갔다. 그 이후로도 당선자·낙선자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한 전 위원장을 봤다는 누리꾼들의 글과 인증샷이 이어졌다. 목격담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책을 읽으면서도 조용히 '셀카'나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응해줬다고 한다.
한 전 위원장의 대표 팬 카페인 '위드후니'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회원수가 5만7000명을 넘어섰다. 2020년 7월 개설돼 총선 전까지 1만8000명에 불과했던 회원수가 총선 이후 3만명 이상 급증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보수 진영 1위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이 한 전 위원장의 행보가 연일 주목받으면서 존재감이 부각되자, 당내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등판설도 돌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직접 당권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도 옅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위해 한 전 위원장이 당내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한 인터뷰에서 '6말7초'(6월말, 7월초) 전당대회가 무리라며 한 달 가량 미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자,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고려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다만 황 위원장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동훈 등판설'이 지속되자 당내 당권주자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들은 견제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내세운 '운동권 심판론'에 대해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사실은 피했어야 되는 전략이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 전 위원장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최근 한동훈의 잘못을 계속 지적하는 것은 지난 윤석열 후보와의 경선때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라며 "당시 민심에서는 (내가) 10% 이상 앞섰으나 당심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후보자리를 내줬던 것인데, 또 다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한 전 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임)가 나타나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하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동훈의 잘못과 무능을 미리 국민과 당원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홍 시장은 "그뿐만 아니라 한동훈이 문재인 지시로 우리를 궤멸시킨 국정농단 사건의 참상을 나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며 "그때 나는 야당 대표를 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부득이하게 받아들여 모시고 있지만 한동훈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한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라면서도 "선거에서 패배하면 일단 2선으로 물러나고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맞는 문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없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도 한 전 위원장을 두고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한 전 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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