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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노경원 공방 '시그마' 대표…“어떤 물건을 찾더라도...”

매일 100km 오가며 촬영용 의상·소품 주문 제작…해외 수출도
모든 작업은 직접 진행…플라스틱·금속·목재 등 소재 가리지 않아
휴일에는 재능 기부 활동 참여…"아이들이 재능 포기하지 않았으면"

작업실에서 만난 노경원 대표./안승진

'젊은 장인' 노경원 대표(24)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작은 공방을 열었다. 매일 새벽 직접 차를 끌고 작업실을 찾아 주문받은 각종 상품의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도맡는다.

 

그는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과 가진 인터뷰에서 "상품을 하나하나 완성할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할 점이 있는지 살펴본다. 다음에는 더 나은 물건을 납품할 수 있을 지 하는 기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매일 100㎞ 운전…모든 작업은 직접

 

노 대표는 매일 아침 그날 필요한 자재를 싣고 한 시간 반을 운전해 공방을 찾는다. 집은 경기도 동쪽의 남양주지만, 작업실은 경기도 북쪽 끝의 연천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그날의 작업물을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100㎞나 되는 거리를 오간다.

 

주문 제작 전문 업체인 '시그마'는 어려서부터 기계 공학과 공작에 관심이 많았던 노 대표가 설립한 작은 공방이다. 임직원이라고는 노 대표 본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공동대표까지 둘 뿐이지만, 영화·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의상이나 소품을 찾는 촬영팀부터 해외의 리인액트먼트(역사적 재현행위)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노 대표를 찾는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탄생하기까지 필요한 설계, 출력, 연마, 가공, 도색 및 조립 등 공정은 전부 직접 맡는다. 때로는 의상을 제작하기 위한 재봉, 금속을 가공하기 위한 절삭·절곡 과정까지도 직접 진행한다. 열다섯 평 남짓한 공방은 각종 공구와 기계장치로 가득하다.

 

노 대표는 "지금처럼 공장에서 공산품이 쏟아져나오는 시대 이전에는 물건마다 장인의 손길이 닿던 시대가 있었다"며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꼭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완성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 단점을 극복한 시장 공략

 

노 대표가 공방에서 취급하는 소재는 무척 다양하다. 3D 프린터를 주력으로 금속, 목재, 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고객에게 필요한 각종 의상과 소품을 완성한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3D 프린트지만, 항공우주 분야를 제외하면 3D 프린트의 수요는 다소 제한적이다. 본래 3D 출력물은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주로 대량생산에 앞서 프로토타이핑(시제품 제작)이나 기성 가공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형상을 구현하는 데에 사용하며, 실제 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대량 제작하는 데에는 부적합하다.

 

이에 노 대표는 자신의 손재주를 활용해 한때 자신의 취미였던 '리인액트먼트'를 공략했다.

 

손재주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목재·금속·직물 등 각종 소재를 함께 사용해 3D 프린트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개인 공방의 특성에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한때 많은 관심을 가졌던 분야인 만큼 고객에게 경험에 기반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가 리인액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해외 시장을 주로 공략했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도 각종 촬영용 소품을 의뢰하기 위해 노 대표를 찾는다.

 

3D 프린터에 관심을 둔 계기를 묻자 그는 "중학생 시절 선생님을 따라 3D 프린트 동아리에 가입한 뒤 3D 프린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라며 "당시에는 3D 프린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한계가 더 많았지만, 점차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노경원 대표가 금속 소재를 연마하고 있다./안승진

◆ 평범한 삶 꿈꾸던 때도

 

23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창업을 결정했지만, 노 대표도 한때는 기계 공학, 설계 등 특기를 살려 대학에 진학하거나 엔지니어로의 취업을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장시간 학업이나 업무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 진학과 취업을 포기했다.

 

노 대표는 "평범하게 학업이나 취업을 준비하던 때도 있었지만, 당시에 건강이 나빠져 포기해야 했다"며 "지금은 건강이 충분히 회복된 만큼, 사업이 어느정도 자리 잡고 나면 포기했던 대학 진학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어려웠던 경험을 묻자 그는 새로운 소재,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던 일을 꼽았다.

 

노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했지만, 고객이 늘고 주문도 다양해지면서 목재, 금속, 직물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새로운 소재를 익히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의상이나 갑옷, 무기같이 리인액트먼트에 필요한 소품을 찾는 일이 많아 물품 특성상 고려할 법적 요소가 많다"며 "국가별로 규제 기준이 다르다 보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휴일을 활용한 재능 기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노 대표는 휴일에 맞춰 자신이 속한 3D 프린트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익산시의 한 복지시설을 찾아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D 프린트 활용법을 강의한다. 외부 업체의 후원을 통해 실습에 필요한 각종 설비도 마련했다.

 

그는 "3D 프린트 분야는 설비를 비롯한 각종 진입 비용이 큰 만큼, 관심이 있더라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환경 때문에 흥미나 재능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재능 기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목표는 '만능 공방'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노 대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어떤 물건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공방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작업실 크기상 아직 들여놓지 못한 설비도 여럿 있고, 취급해보고 싶은 소재도 아직 많다"며 "고객이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하더라도, 제작 환경이나 솜씨가 부족해 돌려보내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능 기부에 함께 참여하는 동호회 회원 중에는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신다"라며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히면, 재능이 넘치는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을 마련해 공방을 함께 꾸려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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