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매 싸우지 않음은 곧 화친을 주장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함은 곧 나라를 파는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서양과의 접촉·교류를 금지하기 위해 세운 척화비(斥和碑)의 내용이다.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의 대명사로 불린다.
'쇄국 정책'은 조선 후반기 통상·수교 거부 정책이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최초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정책 기조가 그러했고, 흥선대원군은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척화비는 신미양요가 일어났던 1871년에 처음 건립했다. 한반도에 접근한 미국과 프랑스가 통상을 요구하다가 무력시위까지 했다. 척화비에 '화친은 나라를 파는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조선은 통상을 이유로 청나라에 접근한 서구 열강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니 문호 개방은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후대에 자신이 쇄국 정책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을 안다면, 흥선대원군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후대의 평가도 그가 감내할 몫이라서다.
그런데 오늘날 정부의 '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보니,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직구 척화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해당 방침을 두고 '흥선대원군 쇄국정책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째서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19세기 인물인 흥선대원군까지 소환해야 하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위해성만 없다면 당장 금지는 아니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이해한다. 어린이에게 위험하거나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제품, 생활화학제품 등은 관리가 필요하다.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도 있다. 해외 직구는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럼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침을 찾아야 한다. 혹은 국민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둬야 한다. 왜 사람들이 해외 직구를 찾겠는가. 알리와 테무 외에도 개인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도 있다. 그들이 입는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건지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세심한 정책 집행'은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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