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고슴도치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약삭빠르게 상황을 예측한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복잡한 전략을 세우고는 고슴도치 굴 앞에서 서성거린다. 고슴도치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온다. 그렇지만 여우와 맞닥트리면 공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가시를 곤두세워 결국 여우를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린다.
거대한 기업이 여우라면, 위대한 기업은 고슴도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위대한 기업은 좋은 것, 거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리만치 일관성을 보이는 고슴도치형 기업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기업은 여우의 약삭빠름보다는 고슴도치의 무던한 사랑을 먹고 자란다.
고슴도치형 리더십은 단순함과 일관성을 말한다. 단순함은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를 하나의 사업개념과 체계로 단순화할 수 있는 통찰을 의미한다.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복잡한 것을 사유의 면도날로 다 잘라내 버려야 한다.
일관성은 창업에서 수성까지 인재를 중시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역경을 딛고 성공하리라는 믿음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쉬우나 그것을 유지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어렵다는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의 뜻이야 말로 일관성과 다름없다.
고슴도치는 여우처럼 자기 잇속에 맞게 재빠른 행동을 할 줄 모른다. 외부에서 자원을 빼앗아오기보다는 내부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혼자 힘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업가는 자신의 손에 능력 있는 노동자, 기계, 시장, 평화, 질서를 쥐여 준 사회 시스템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이론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의 교훈을, 고슴도치는 실천할 줄 안다. 고슴도치는 이렇게 부단한 자기노력과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를 연상시킨다.
고슴도치가 단순하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산을 떨지 않지만 움직일 때를 안다. 명견만리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고 창조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지식사회를 지나, 다가온 지능정보사회는 통찰과 확신으로 업(業)을 창조하는 창업자의 사회다. 거대한 기업이 지식사회의 표상이었다면 이제는 창조적 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사람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바로 창조성이다. 문제는 이러한 타고난 창조성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샘을 평상시에 잘 관리하고, 평생 동안 물을 떠내어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생학습이다. 짐 콜린스의 첫 마디인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명언은 고슴도치처럼 평생 동안 학습하라는 말이다. 그럴 때 창조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학습의 열매를 먹은 자는 세상을 얻은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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