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세 지음/지식의숲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선 광채가 뿜어져 나온다. 아름답고 찬란한 빛, 정기 있는 밝은 빛은 주위를 환하게 밝힐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이들까지 열정으로 물들인다. 그 덕에 일의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달뜬 분위기에 취해 곁으로 몰려드는 탓에 그의 주변은 늘 인파로 북적인다. 살면서 몇 명 보지 못했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할 때 '신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논제를 접한 적이 있다. 기억을 되짚어 사람이 가장 반짝일 때가 언제인지를 떠올려 봤다. '끝없이 샘솟는 호기심, 탐구하고 싶은 마음, 멈추지 못하는 즐거움···.'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만족스러운 하루를 만들어내는 건 '일'이었다. '사람은 해야 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지론 하에 답을 써 내려갔다.
자본주의 사회의 룰을 착실히 따르는 충성심 높은 워커홀릭이 되란 말은 아녔다. 하루 중 가족과 친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일'이기에, 일과 불화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의미였다. 현대인들이 불행한 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땐 책에서 롤모델을 찾아 조언을 구하면 된다. '당신은 대체 어떻게 그 어려운 일을 해냈나.'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나는 영화가 좋다'라는 책에는 '영화하는 일'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이 업에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최초의 여성 조명감독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남진아 감독의 일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는 보통의 남자 같으면 6개월이면 끝냈을 '막내' 생활을 1년 넘게 했다. 여자 밑으로 들어가 일하려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 유리천장은 공고했다.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류의 영화엔 남자들이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에 멜로 영화의 조명만을 맡아야 했다. 그는 사회의 '억까(억지로 까다, 억지로 비난하다)'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연애소설>(2002),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사랑을 놓치다>(2006)에서 섬세함과 따뜻함을 잘 살려낸 조명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빛으로 빛 본 영화들'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듣게 된다.
영화하는 일에 대한 남진아 조명감독의 소회는 다음과 같다. "결핍과 배움을 동시에 배웠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해도 다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내 체질과 딱 맞아떨어진다고나 할까." 368쪽.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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