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 첫 해, 카카오톡을 깔고 친구가 늘어나면 "너도 스마트폰 샀어?" 반가워했다. 당시 카카오톡은 혁명이었다. 귀엽고 친근한 공지와 단출한 기능, 점점 발전하는 성능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군가와 돈 걱정 없이 맘껏 연락할 수 있다니! 지금은 전혀 다른 기업의 또 다른 플랫폼 명이 됐지만, '틱톡'이라는 메신저도 있었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을 순 없었다. '디지털 디톡스'의 첫 번째가 카카오톡 삭제가 될 만큼 카카오톡이 빠져나갈 수 없지만 탈출하고픈 족쇄가 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범수의 카카오 왕국이 붕괴했다. 23일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기의 카카오를 구하기 위한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인 그가 구속 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쇄신에도 차질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0명의 CEO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과거 김 위원장이 밝혔던 꿈이다. 김 위원장은 꿈을 정말로 이뤄내고야 말았다. 카카오 내에서 수도 없이 많은 CEO가 탄생했다. 회사를 다니며 회사의 지원을 받아 CEO로 다시 태어나는 것, 야망 있는 직장인이라면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꿈은 결국 카카오와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독점체제 속에서 골목 상권 몰락과 독점적 지위 남용 등 온갖 오점을 남기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기업의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만 알려줬다. 각 개인의 일탈도 덤이다.
정채봉 시인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가 생각난다. 김 위원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시 제목은 마음을 말하지만 시의 내용은 잘못된 만남, 조심해야 할 만남, 비참한 만남, 시간이 아까운 만남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란 무엇인지 말한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가장 잘못된 만남은/생선과 같은 만남이다/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가장 아름다운 만남은/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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