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나면 뒷목부터 잡고 내려라"
운전을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가벼운 접촉이라도 뒷차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신체상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일단 뒷목부터 잡고 운전석에서 내리라는 의미다.
최근엔 '한방병원'으로 가라는 말도 나온다. 한방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위한 '풀코스'를 안내해준다.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하면 누릴 수 있는 힐링바캉스인 셈이다. 진짜 환자가 아니면서 보험금 등의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나이롱환자'라는 용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다.
이에 자동차보험으로 지급된 한방병원 진료비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한방병원 진료비는 지난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10년새 5.5배나 폭등했다.
한방병·의원 교통사고 환자수도 일반 병·의원 환자수를 역전했다. 지난 2019년 일반 병·의원 환자수는 197만429명으로 한방 환자수 132만9836명 대비 약 64만명 많았으나 2022년 한방 환자수가 일반 병·의원 환자수를 추월했다. 지난해는 한방 환자수가 162만8905명, 일반 병·의원 환자수가 145만265명으로 한방 환자수가 약 18만명 많아졌다.
한방 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수 증가와 한방진료비 규모는 한방병원의 확장과도 연관된다.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전체 의료기관(일반·한방 포함)은 지난 2014년 1만6245개소에서 2023년 2만594개소로 26.8% 증가했으나 한방병원은 224개소에서 534개소로 무려 138.4% 폭증했다. 지난해 신고된 한방병원 559개소 중 95.5%가 교통사고 환자를 받아 진료비를 청구한 셈이다.
특히 한방병원 진료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0%에 육박해 적자 가시권에 들어섰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병·의원의 꼼수치료와 나이롱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겹치면서 자동차보험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험과 뗄 수 없는 도덕적 해이의 뿌리가 과연 이번에는 뽑힐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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