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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셔틀콕 여제의 눈물

차상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셔틀콕 여제의 눈물

 

2024 파리 올림픽이 막바지로 가고 있는 가운데 축제의 주역인 선수들의 눈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의 승자든, 패자든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고충과 시련의 드라마틱한 과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들 우여곡절을 갖고 있겠지만 몇몇 선수들의 눈물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외국 선수 중에는 테니스 영웅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를 꼽겠다. 그는 윔블던과 US오픈 등 4대 메이저대회를 24차례나 우승한 당대 최고의 스타이다. 그런 그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고 코트위에 엎드려 손을 떨며 펑펑 눈믈을 흘리는 모습은 상당히 의아했다. 무슨 사연일까.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테니스 황제이지만 이전 네 번의 올림픽 무대에서는 단식 동메달(2008년 베이징대회)에 그쳤다. 나이 40줄을 눈앞에 두고 참가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무대에서 마침내 갈구하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올해 21살의 떠오르는 샛별,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꺾었다. 명실상부한 테니스 최고의 선수가 됐다는 감격의 눈물일 것이다.

 

국내 선수중 가장 인상적인 눈물의 주인공은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일 것 같다. 그는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감독, 코치 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여기까지는 배드민턴 여제로 등극한 승자가 흘리는 기쁨과 감격의 눈물로 받아들여졌다. 7년동안 참아왔던 분노, 설움, 또 환호 이런게 다 섞여 있었다는 기자회견 멘트가 나올 때까지도 스포츠 스타들이 으레 겪어야 했던 지난한 과정에 대한 회한정도인 줄 여겼다. 그러나 대반전이 있었다.

 

평소 서운했던 감정도 전부 녹아내릴 만한 행복하고 기뻐야 했던 순간이었지만 22살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뜻밖에도 '작심발언'을 던졌다. 그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무릎부상 속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따는 투혼을 보였다. 하지만 귀국한 뒤 재활과정에서 보여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관리에 실망이 컸었다는 점을 이날 거론했고 대표팀 은퇴까지도 시사했다. 국가대표팀의 운영에 무슨 곡절이 있었길래 세계 챔피언이 되자마자 그를 지도하고 키워준 협회에 대해 날을 세웠을까 하는 궁금증이 퍼졌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유명 운동선수는 부상을 달고 산다. 재활과정을 잘 거친다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오랫동안 스타선수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부상관리가 잘되지 않는다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특히 어릴적부터 두각을 보이며 운동에만 전념해온 엘리트선수들은 삶의 궤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부상으로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스타 혹은 우수 선수들은 무수히 많다. 안세영 선수는 항저우에서 입은 부상이 심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협회와 대표팀은 충분한 재활시간을 주지 않았고 계속해서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야 했다는 것이다.

 

안세영 선수의 이번 작심발언을 계기로 협회의 성과주의나 대표팀 운영방식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부상을 당해도, 고통을 안고서도 대의를 위해 뛰어온 스포츠 선수들의 정상적이지 않은 관행이 MZ세대가 활동하는 이제는 바뀔 시점이 됐다. 심지어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따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생각하고 우승 기자회견장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 고질적 병폐에 대한 고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40살을 눈앞에 둔 백전노장이 원없이 목표를 향해 준비하고 성취를 이뤄낸 뒤에 흘리는 눈물과 앞길이 창창한 어린 스타가 '악'에 받혀 성취를 이루고 흘리는 눈물은 분명 다르다. 세상이 바뀐 만큼 우리의 스포츠현장 시스템도 이제는 흐름에 맞춰야 할 시점이다. 그 진정한 주체는 정부도, 팬들도 아닌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어야 한다. 이번 셔틀콕 여제의 항변을 '잔칫집' 분위기 망치는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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