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라는 영화가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을 겪고,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그린 영화다.
해당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에 개봉했다. 아무래도 도시가 차가운 바닷물에 휩쓸리는 장면의 스케일이 크다보니,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기자는 이 영화를 보고 '기후위기로 기온이 낮아지면 저런 큰일이 벌어지는 걸까'라는 1차원적인 감상만 내뱉었다.
그런데 20년이 흐르고 나니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기후위기는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보여줬듯 어느날 벼락처럼 다가와, 지구가 빙하에 뒤덮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올 여름 폭염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덥다. 이런 날씨에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더위다.
폭염 속에 에어컨은 쉬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 낭비를 줄여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후위기를 걱정하기 전에 내 수명이 걱정돼서 에어컨을 켜게 된다.
실제로 5월 20일부터 전날(19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2814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24명이라고 한다. 이런 더위에 쓰러진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적어도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온열질환자가 될 확률이 낮지 않겠나.
폭염에 기습적으로 퍼붓는 스콜성 소나기로 인해 농·축산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농·축산의 피해가 커지면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식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면 9월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를 두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비해 올해 여름이 제일 시원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다른 각도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예방'에 초점을 뒀지만, 기후위기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앞으로의 여름이 더 덥고, 우리는 생존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들도 능동적인 기후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희생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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