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욱 작가의 조각 작품은 조각의 물리적 형태를 넘어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을 독특하게 드러낸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강성욱 작가는 일찍이 '변화'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강 작가는 작업을 통해 사물의 다양한 모습과 그것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는 변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은 그 사이가 아름답다. 밤과 아침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소년과 청년 사이. 소녀와 여인 사이. 정해진 것보다는, 매순간 변화를 겪는 인생 중간, 중간의 과정에서 삶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조형적 변형이라는 방법으로 시간의 변화와 삶의 흔적을 현재의 삶으로 연결한다. 삶의 '지속성'을 입체적인 형태로 표현하면서 시각적 미학도 보여준다.
그는 "조각의 양면, 앞면의 이미지와 뒷면의 이미지가 안팎으로 움직이며 겹치게 하고, 좌우가 서로 교차하도록 해 역동적인 삶의 초현실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남과 여'라는 작품을 살펴보면, 남녀 사이의 사랑을 상징화한 것으로 남자 초상 안에 여자가, 여자 초상 안에 남자가 존재한다. 외부에는 남성의 형태가, 내부에는 여성의 형태가 있어 이 둘이 블렌딩되어 공간에서 변형되는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이 강 작가의 설명이다.
'버터플라이 플라워 러너'는 나비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현대인을 형상화하고, 그 속에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담았다. 강 작가에 따르면 인류가 끊임없이 달리며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그 사이에, 작품 중앙 부분을 자르면 그 단면에는 '꽃'이 피어있음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남자, 별, 새(소닉 붐)'는 항공기가 마하 속도에 도달할 때 순간적으로 수증기 응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과학적으로 응축이라는 것은 물질의 상태가 기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 변화에 해당한다. 인간의 미약함과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존재로 도약하는 극적인 과정을 각각 조각의 양 끝단에서 강조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태가 서로 연결되면 변화를 이뤄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잘 깎아놓은 조각의 존재에만 그치는 작품 활동에서는 만족을 느낄 수가 없었다. 조각이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움직임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작업에서 가치를 느꼈다"고 말한다.
특히 강성욱 작가는 독일에서 개념미술을 공부하며 예술적 지평을 넓혔다. 강 작가는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뮌스터에서 라이너 루벤테크로부터 마이스터슐러를 사사받고, 조형예술 디플로마 과정을 마쳤다. 라이너 루벤테크는 독일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요셉 보이스의 제자로, 강 작가는 그로부터 예술적 사고와 접근 방식을 배우고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요셉 보이스는 조각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요셉 보이스는 조각의 범주를 정적인 형태로 한정 짓지 않고 능동적 물질과 에너지를 결합해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유도하는 매개체로 승화시켰다.
요셉 보이스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크림반도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고 타타르족에게 구조된 일화도 유명하다. 요셉 보이스는 당시 타타르족이 지방과 펠트 천을 사용해 치료해준 경험을 되살려 지방 덩어리, 펠트, 군용 담요 등을 예술 작품으로 선보였다.
이처럼 개념미술은 작가의 창조적 발상과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예술 형식으로, 형태나 재료보다 관념적 표현에 중점을 둔다.
강성욱 작가는 독일에서 물, 불 같은 비물질을 소재로 한 작품에 매진하기도 했다. 강 작가는 "비물질은 사실 전통적인 조각 재료는 아니지만, 비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개념을 연장해 '물'을 끓이며 '라면'을 작품 주제로 재현해 보기도 했고, 또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벤라트성 주변을 흐르는 라인 강에서 체취한 조약돌에서 영감을 받았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시에서는 '레진'을 사용했다. 그는 "사실 레진은 조각에 적합한 재료는 아니다. 조각 작업에서 레진을 다루기에는 레진은 재료로서 쉽지 않은 특성을 갖는데, 경화될 때 굉장히 열도 많이 나고 버블도 많고 자칫 잘못하면 투명하지도 않다. 티끌을 용납할 수도 없는데, 작은 티끌이 전체를 다 망치기 때문이다. 투명한 재료이다 보니 금이 가면 다 보인다. 그런데도 완전 투명한 레진에 도전한 이유는 물성의 어떤 순수함을 극대화시켜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강성욱 작가는 독일에서 귀국한 후에는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창작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강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블렌딩 툴을 통해 3차원 입체 작품을 완성하며 새로운 차원의 표현을 시도했다.
현재 컴퓨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은 그의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가 궁극적으로 통합과 융합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만큼 그는 물질과 기술의 변화가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미술에서 공예적인 요구가 많았다. 한 땀, 한 땀, 손재주가 들어간 장인 정신에 주목했다. 그러던 중 1800년 대 프랑스에서 카메라가 처음 발명된다. 그 결과, 똑같이 생생하게 그린다라는 것에서 화가들은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화가들은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 그림의 기법을 변형하고 인상주의, 추상주의 등을 전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 사회도 마찬가지다. 슈퍼 컴퓨터가 암산을 잘 해내는 것,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의 수를 읽어버리는 것, AI가 그 누구보다 뭐든 척척 잘 그려내는 것 등은 공산품일 뿐이다. 예술가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첨단 기계와 경쟁할 가치도 없고,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고 과감하게 말했다.
그는 예술가의 철학과 인문학적인 요소가 기술이나 기교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확신한다.
아울러 그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을 높이고 학습하는 데 앞서 나와 다름을 겪는 갈등 상황에서 '익스큐즈 미'를 외칠 수 있고, 세대 간, 문화 간 차이에 대해서도 '땡큐'를 말할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삶의 태도가 그의 예술적 비전을 더 넓은 세계로 향하게 한다. 그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다양성을 갖춘 미국 뉴욕의 예술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라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더 높은 예술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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