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식품에서부터 치료약, 수술 등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산업이 단순 사료와 간식을 넘어 치료제와 의료기기를 포함한 헬스케어, 펫 보험, 정보통신기술(ICT)까지 무한대로 확장되는 추세다. 나의 형제이자 자식인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반려인들은 이제 아낌없이 지갑을 열며 좀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가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을 3회에 걸쳐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사람을 위한 치료제가 반려동물을 위한 치료제로 재탄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사망 원인의 1위가 암일 만큼, 반려견과 반려묘는 나이가 들수록 치매, 암, 당뇨와 같은 사람의 난치병을 그대로 앓는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약효와 안전성 검증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 전략으로 꼽힌다.
◆사람 치료제, 반려동물이 먹는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동물의약품 시장을 정조준해 '항암' '인지기능장애증후군'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다.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전문 회사 박셀바이오는 지난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 부터 국내 첫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반려묘용 면역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인체용 신약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을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은 동물용 아토피피부염 치료 신약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피부에 바르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IN-115314'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용 치료제는 같은 후보물질을 사용해 경구용으로 개발된다.
지엔티파마 역시 현재 시판 중인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신약 '제다큐어'를 반려견 뇌전증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제다큐어의 주성분은 '크리스데살라진'으로, 지엔티파마는 현재 같은 물질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 투여하는 인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이 제다큐어를 4주 이상 복용하면 인지기능과 사회활동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전국 1870여개동물병원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국산 36호 당뇨병 신약 '엔블로'를 반려동물 당뇨병 경구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간판 제품들이 동물용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웅제약의 계열사인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 대웅펫은 대웅제약의 '우루사'를 개량해 반려동물 간기능 개선제 '유디씨에이정(UDCA정)'을 선보였다. 대웅제약은 스테디셀러인 '베아제'와 '임팩타민'을 활용, 동물용 소화효소제 '베아제펫'과 반려동물용 영양제인 '임팩타민펫'도 출시한 바 있다.
동국제약은 대표제품 '인사돌플러스'의 주성분을 활용, 국내 첫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을 판매하고 있다.
◆동물 신약 개발의 일석이조 효과
기업들이 반려동물 치료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시장성 때문이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거나, 수입·유통되는 반려동물 의약품은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 동물을 위해 처방되는 의약품 대다수는 인체용 의약품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약국에서 처방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사와서 동물의 무게에 맞게 용량을 줄여 처방, 투약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 때문에 책정 금액도 병원마다 다르고, 그동안의 투약 사례로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확한 연구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큰 유인 요소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양육비는 2023년 기준 월평균 12만6000원으로, 2020년 11만7000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연간 양육비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152만 원으로 파악된다.
반려동물 치료제의 개발 기간이 사람 치료제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낮다는 것 역시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거치는 반려동물용 신약은 개발 과정이 인체용 의약품보다 훨씬 단순하고 쉬운 편인 반면, 공적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은 훨씬 높게 받을 수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선 캐시카우가 되기 때문에 인체용 의약품 개발 비용을 벌 수 있고, 동물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석이조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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