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중소기업인이 열을 내며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코트라(KOTRA)가 해외바이어를 국내로 초청, 기업들과 연결해주는 행사를 기획·호출했는데 상담 명단을 보니 경쟁사가 8군데나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인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코트라가 부른 바이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었다.
이 기업에게는 이번 행사가 자칫 새로운 판로 확대 기회가 아니라 국내 경쟁업체에 일감을 뺏길 수 있는 위기가 될 상황이다.
그러면서 이 기업인은 "국민 세금으로 항공료, 호텔비 등 다 주고 바이어를 데려와 국내 업체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라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보니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지난 16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전 세계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청, 국내 기업과 비즈니스 계약체결을 지원하는 '수출 붐업코리아 Week'였다.
코트라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 기업인 뿐만 아니다. 기자가 적지 않은 기간 중소기업을 취재하면서 코트라에 대해 서운한 이야기나 현장의 볼멘 목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코트라는 현재 전 세계 84개국에 129곳이나 되는 해외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보, 인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해외 진출시 기댈 곳이 코트라 밖에 없다.
이에 비해 16개국, 26곳에서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21개, KSC(코리아스타트업센터)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코트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주무부처가 다르고 서울(코트라)과 진주(중진공)의 거리가 먼 만큼 따로 논다는 이야기까지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코트라, 중진공이 하고 있는 고유 업무 및 역할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은 지원기관들의 정책 가짓수를 더 늘리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돌파구는 해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맏형격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제주에서 연 '리더스포럼'의 주제를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로 정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도 지난 7월초 있었던 여성기업주간에 '여성기업의 글로벌화'를 가장 큰 화두로 꺼냈다.
그러나 현실은 암울하다. 2023년 기준으로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4635개로 10만개가 채 되질 않는다. 이마저 2019년 당시 9만8584개에서 더 줄어든 숫자다. 24만여개 여성기업 중 수출기업 수 역시 1.9%로 4500개에 미치지 못한다.
중소기업 수출 확대라는 본원의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그리고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파고도 잘 넘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출신 중기부 장관이 지난 5월 내놓은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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