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깃집에 가면 상추, 깻잎 등 야채 인심이 박하다. 아예 조금 내놓거나 넉넉히 주더라도 부족한 것을 채워주진 않는다. 야채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깻잎 한 장이 100원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2.0%)에 근접해 기준금리가 인하(3.50%→3.25%)됐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한은이 내놓은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125.81)는 한달 전과 비교해 5.3%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이 전월 대비 5.7%나 상승했다. 배추는 61.0%나 급등했다. 토마토 51.1%, 상추도 44.7%나 뛰었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돼지고기(16.1%), 쇠고기(11.1%)를 중심으로 8.2%나 상승했다.
밥상물가가 오르니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야채값이 오르면서 '금치', '금추'란 말이 나온다.
'기후인플레이션(기후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상승)', '피시플레이션(생선값 상승)', '애그플레이션(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등 신조어가 새롭지 않은 시대다. 일반 식당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1인분 1만원이 보통이다. 직장인들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기 바쁘다. 젊은층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주거 등의 물가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입하지 않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 품목을 다양화하고, 교육제도 등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물가 수준을 낮춰야 한은의 신뢰성도 커지는데, 지금 물가 상승률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구조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엥겔지수(생계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상승은 서민에게 재앙이다. 식료품비 지출이 늘어나면 생활고를 피할 수 없다. 외식 산업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음식점들은 식재료 비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선식품과 연동되는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가격도 도미노 처럼 오를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원료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물류비용도 크게 늘어나 해운, 항공 등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식당은 물론 요식·숙박·여행업, 레저 스포츠 등 연관 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랄땐 물을 사먹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20년 후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돈 쓸 일은 많아지고, 또 비싸지고 있다. 그러니 소비를 줄인다. 두 벌 사던 옷은 한 벌을 산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먹는다. 내수(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이유다. 내수가 위축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니 중견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경제가 쪼그라드는 이유다. 경제성장률 연 2.0% 시대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농수산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생산·유통을 데이터화해 관리해야 한다. 핵심 수출품목도 늘려야 한다. 수 년이 걸려도 가야할 길이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전망이 밝아야 기업이든 가정이든 지갑을 연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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