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안정적인 주거와 양육자 생활 밀착형 지원을 골자로 하는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를 발표했다. 내년부터 아이가 태어난 무주택 가구에 2년간 총 720만원의 주거비를 지급하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비롯해 결혼 준비와 혼인 살림 장만에 쓸 수 있도록 신혼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의 결혼 살림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저출생 대책에 총 6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적잖은 시민들은 이날 시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을 '노답(답이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평가했다. 자녀 출산 무주택 가구 주거비 지원 대상을 '전세 보증금 3억원 또는 월세 130만원 이하'로 설정해 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서울에 애 있는 신혼부부가 사는 집 중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가 없을 듯", "서울에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 집이 많지 않다. 이건 그냥 안 주겠다는 거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표적인 신규 사업인 신혼부부 결혼 살림 비용 지원 정책은 '업체 배 불리기'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시가 스드메 비용을 지원해주는 순간 업체에서 100만원을 올려 신혼부부가 내야 할 돈은 똑같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작년 9월 산후 조리 경비 지원 사업을 시작하자 관내 산후조리원 10곳 중 3곳 이상(32%)이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산 바우처 지급 전후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의 이용 요금을 분석한 결과 전체 114곳 중 37곳이 이용료를 최소 3%에서 최대 46%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가 '숲은 없고 타들어 가는 나무만 보는 정책', '우는 아이 입에 사탕 물리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시는 올 4~8월 연속 서울시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어난 것을 두고 그간 추진한 저출생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출생아 수는 1057명. 이와 함께 봐야 할 중요한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자살률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시민은 2165명에 달한다. 돈 몇 푼 쥐여주며 출생아 수를 억지로 늘려놓았다고 한들 산 사람의 행복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면 출생률 증가 수치는 의미없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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