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해 롯데그룹의 유동성과 관련해 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며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발행시기가 미도래한 회사채에 대한 EOD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생한 14개 회사채 규모는 2조 3000억원이다.
EOD란 채무자가 사채관리 계약 등의 약정 조건을 위반했을 때 채권자가 채권의 만기 이전에 채무를 즉시 상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통상 사채관리계약에서 규정된 특정 조건 등의 위반으로 발생한다. 이번 문제는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3개년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이자비용 비율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생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비용·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에 벌어들은 순이익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은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준수한 상태였다. 사채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에도 공시를 완료했다. 그러나 3분기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3개년 이자보상배율 평균 추정지가 4.3배로 예상돼 EOD 트리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특히 3분기 EBITDA는 2977억원, 이자비용은 3197억원으로 이 배율이 0.9배에 불과해 과거 대비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약화된 실정이다. 실제로 EBITDA 대비 이자비용 비율은 지난 2021년 27.8배에서 2022년 1.2배로 급락한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1.8배, 3분기에는 0.9배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롯데케미칼은 EOD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설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석화 업황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계는 롯데케미칼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영업현금 창출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7055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시장 우려를 달래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12월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를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지라시(정보지) 생성돼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직원 감원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달 기준 4조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지속 검토를 통해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롯데케미칼의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급한 불은 끄더라도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해명은 일반 가계에 비유하면 '이미 주택 구입을 위해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은 상황이지만, 아직 3금융권 대출이나 개인파산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진 이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안심시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문제는 집값 하락과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오는 26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연다. 설명회에는 유동성 위기의 발원지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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