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관련해 한 목소리로 외교부를 질타했다. 여당은 "일본이 물컵을 오히려 엎지른 것"이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한일 정부 간 합의가 부실했다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책임을 물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난 24일 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측이 한국에 개최를 약속한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이번 논란은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극우 인사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일본 측 대표 참석자로 오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반발한 외교부와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은 일본측 행사에 불참하고, 현지에서 자체 추도식을 열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를 향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우리 정부는 진정성이 결여된 추도식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태열 장관은 이날 질의에서 일본과의 협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쿠아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아니었더라도 추도식에 불참할 예정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일본이 내년부터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추도식 불참으로 일본에게 강력 항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여야는 한 목소리로 외교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일본이 물컵을 엎질러 버렸다" "예견된 외교참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물컵의 반을 채웠으니 일본에서 반을 채워달라'고 했는데, (일본 정부는) 반을 채우기는커녕 오히려 물컵을 엎질러 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저 같으면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든가 했다. 일본에 전향된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서 이것 이상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놀랐다는 발언이 놀라웠다"며 "이번 사도광산 건은 합의 자체가 군함도 건에 비해 부실하다. 그래서 예견된 외교참사라는 얘기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장관도 "(부실 합의) 비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고 수긍했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이)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 것에 대해서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와줘야 된다"며 "일본의 잘못된 행동을 열심히 알려서 일본에게 큰 국제적 압력이 가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열 장관에 대한 거취 언급도 있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자 "(장관)직에 대한 책임도 포함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이 "(인사권자의) 판단"이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스스로 의사를 밝히시라"며 재차 압박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외통위 현안질의에서 조 장관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성과로 꼽았던 점을 거론하며 "일본은 한 번도 일관되게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왜 갑자기 놀라 한일 열사가 됐느냐"면서 "장관이 꼬리가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 마치 사퇴할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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