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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서울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

가끔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바뀌기도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 '황금어장 - 무릎팍 도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빵 떠서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른 안철수 의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대한민국의 수장이 된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

 

3일 오후 10시27분경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22대 국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하고자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이다.

 

계엄령 발표로부터 약 2시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며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 말이 진심이었다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그쳐선 안 됐다.

 

만약 오 시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면 안 의원이나 윤 대통령처럼 그의 운명이 단번에 바뀌었을 수 있다. 시민들이 오늘, 어제와 같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비상계엄 선포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페북에 짧은 몇 마디를 남기는 대신, 행동으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게 뭔지 몸소 보여줬다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오 시장은 제 코가 석 자라 그런 일을 할 여력이 부족하다. 계엄령이 선포된 날도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3일 오전 오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인도·말레이시아 출장을 돌연 취소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파업 대응을 이유로 들었지만, 명태균 리스크에 즉각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했다.

 

결국 오 시장은 이날 오후 명태균과 강혜경 등을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공무 국외 출장을 다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허나 이 출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다시금 없던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지난 약 15시간 동안 해외 출장을 '간다→안 간다→간다→안 간다'고 손바닥 뒤집듯 계속 말을 바꾸며 시정 운영에 큰 혼란을 줬다.

 

3일 개최된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고소 고발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송사를 시작하게 되면 그런 곳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빼앗기는 것이 시민 여러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돼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휘말린 게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일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기는커녕 자신의 송사로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오늘도 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대통령이 되는 길과 멀어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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