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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의 와이 와인]<263>'오트쿠튀르'를 입은 와인…伊 테누타 디 트리노로

<263>伊 테누타 디 트리노로

 

안상미 기자

2020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프랑 92%에 메를로 8%를 섞었다. 2021년 빈티지는 메를로의 비중이 60%로 더 높고, 카베르네 프랑은 나머지 40%다.

 

이 두 와인은 같은 와인일까, 다른 와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빈티지별 블랜딩 비율이다. 전설로 남은 안드레아 프란게티가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알리게 된 그 와인이다.

 

벤자민 프란게티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테누타 디 트리노로'와 '파소피시아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비니 프란게티 그룹에서 와이너리 테누타 디 트리노로와 파소피시아로를 이끌고 있는 벤자민 프란게티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와인은 매년 그 해의 땅과 기후의 개성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다"며 "어떤 빈티지든 기분좋은 긴장감에 구조감과 복합미를 가지고 있어 '아 이게 트리노로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벤자민은 안드레아의 아들이다.

 

'느낌적인 느낌'이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쉽게 옷 이야기로 풀어보자.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다 샤넬 스타일의 옷을 보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매년 선보이는 프랑스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어떤 원단과 컬러로든 고유의 스타일로 샤넬은 샤넬임을 나타내듯, 세대가 바뀌고 숫자는 달라졌지만 트리노로 역시 트리노로였다.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난 안드레아의 마지막 작품이 2020 빈티지다. 이번에 선보인 2021 빈티지는 아버지 없이 오롯이 아들의 손길만으로 만들어졌다.

 

먼저 테누타 디 트리노로가 만들어지는 포도밭을 봐야 한다. 토스카나 남부에서도 발도르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안드레아가 근처를 여행하다 점토 토양을 보고 보르도 우안을 떠올리면서 와인 양조를 도전하게 됐다. 같은 보르도 품종이라도 토스카나에서 많이 심던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니라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심었던 이유다. 3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근방에 다른 와이너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

 

배우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직관과 감성에 공대 출신의 아들은 체계와 분석을 더했다.

 

20헥타르로 원래도 넓지 않은 포도밭을 벤자민은 50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눴다. 독립된 구획은 철저히 각각의 컨디션에 맞춰 50번의 수확과 50번의 양조 과정이 진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50개의 와인을 가지고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이름에 맞는 블랜딩을 찾아간다. 테누타 디 트리노로에 쓰이는 구획은 보통 4~5곳, 많아야 6곳이다. 나머지는 세컨드 와인에 쓰인다.

 

그는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낸 오트쿠튀르 처럼 마련된 50개의 재료를 가지고 빈티지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지향점만 있고 정해진 레시피가 없기에 2020과 2021 처럼 블랜딩 비율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벤자민은 매 해를 와인에 잘 담아내는 숙련된 장인인 셈이다. 스타일이 아니라 빈티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포도가 잘 익은 해는 알콜 도수가 높을 수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블랜딩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기 때문에 어느 것도 뾰족하게 튀지 않는다.

 

(오른쪽부터)테누타 디 트리노로 2021, 파소피시아로 콘트라다 람판테 2020, 파소피시아로 콘트라다 PC 2019. /안상미 기자

실제 '테누타 디 트리노로 2021'은 레이블에 알콜 도수가 15.5%로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정도로 균형감이 뛰어나다. 신선함과 산도가 모두 받쳐준 덕분이다.

 

벤자민은 "좋은 와인이란 바로 마시기도 좋아야 하고, 30년간 숙성 잠재력도 있어야 한다"며 "2021 빈티지는 힘도 있지만 속에 신선함을 감추고 있어 마시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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